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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엇이 두려운가요

등록 2022.06.20 21:53

수정 2022.06.20 22:11

"트로이 코처!" 

올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씨가 남우조연상 수상자에게 오스카를 전합니다. 그런데 빼앗다시피 도로 가져가자, 영문을 모르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하지만 이내 다들 깨닫습니다. 청각장애인 코처가 양손으로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겁니다.

남미 오지 원주민이 쓰는 단어 '마밀라 피나타파이'는 뜻풀이가 이렇게나 길고, 번역하기 힘든 말로 꼽힙니다. 그런데 기네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간결한 단어'로 등재했습니다. 긴 뜻을 한 단어로 압축했다는 얘기지요. 그래도 알아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우리 '눈치'만큼 오묘할까요.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도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눈치'일 겁니다.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도발을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했지요. 북한 어부들이 넘어온 사실을 닷새나 쉬쉬한 끝에 슬그머니 돌려보내려다 들켰습니다.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매카시즘, 그러니까 일종의 색깔론처럼 몰기도 했습니다.

"친북 이미지,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소위 신색깔론적 접근이다, 이렇게 저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대준 씨 서해 피살사건 정보 공개에 협조하라는 여당 요구에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색깔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월북이냐 아니냐'는 논점을 비켜 가면서 해경 발표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하고 싶은 듯합니다. 그런데 친북과 굴복의 이미지는 5년 내내 스스로 쌓아온 게 아니던가요. 그래놓고 누가 무슨 친북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왜 현안이야? 국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데 지금 우리가…" 

앞서 그는 "월북 의사가 있고 없고가 뭐가 중요하냐"고 했습니다. 이 씨 유족의 피눈물이 보이지도 않는 모양입니다. 이 씨에게 씌워졌던 월북의 이미지에는 그가 화를 자초했다는 어감이 스며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 위원장은 "북한의 사과로 마무리된 사건" 이라고 했습니다. 월북으로 단정했던 과정, 그리고 이 씨가 살아 있던 여섯 시간 동안 청와대는 무엇을 했는지는 사과하고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거야말로 본질 비켜가기로 상황을 호도하려는 걸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아홉 차례 수사하고 조사한 뒤 문 전 대통령은 "유족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이 규명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세월호와 이 씨 유족의 눈물은 다른 건가요. 민주당은 엉뚱하게 민생문제를 갖다 댈 게 아니라, 월북 근거를 공개하면 될 일입니다. "첩보시스템이 노출되니까 안 된다"지만, 맘만 먹으면 왜 방법이 없을까요? 이쯤되면 사건의 진상 못지않게 민주당이 안되는 이유만 자꾸 찾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6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무엇이 두려운가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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