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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후회는 앞서 오지 않는다

등록 2022.07.05 21:51

수정 2022.07.05 21:53

'친절한 금자씨'는 죄와 후회, 속죄와 구원에 관한 영화입니다. 금자씨가 새로 들어온 죄수에게 해주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기도는 이태리타월이야. 껍질이 벗겨지도록 박박 밀어서 죄를 벗겨내"

'동쪽으로 이사 간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올빼미가 "마을사람들이 내 울음소리를 싫어해서 떠난다"고 하자 비둘기가 말합니다. "이사를 간들 울음소리를 바꾸지 않으면 사람들이 너를 좋아하겠느냐"고…

그래서 공자는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 이라고 했지요. "잘못은 즉시 고쳐라"는 얘기입니다.

소설 속 가장 지질한 인간형은 '아큐정전'의 아큐일 겁니다. 강한 자에게 비굴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그는, 건달들에게 얻어맞고 이렇게 합리화합니다. '아들뻘 애들과 싸울 필요가 있나요' 이른바 정신승리법입니다.

민주당의 두뇌집단 민주연구원이, 지방선거 패배는 '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니라 '완전히 진 싸움' 이라는 평가보고서를 냈습니다. "쇄신과 혁신의 노력 없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과 위장탈당, 최강욱 의원 성비위 처리,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 거부"를 참패와 자멸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위성정당 문제를 그토록 사과하고도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한 내로남불"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겁니다.

자체 조사에서는 첫째 패인으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 공천이 꼽혔다고 합니다. 사실 굳이 당 싱크탱크의 분석을 빌릴 필요도 없이 이미 많은 분이 잘 알고 계실 얘기들입니다.

앞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몇몇 의원들도 반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독선에 빠져 검수완박을 성급하게 추진해 지지율을 잃었다"거나 "위장 탈당 의원을 복당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후회하고 반성만 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당장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대표 출마를 당이 규정을 들어 거부해 토사구팽 아니냐는 말을 낳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패인으로, 그가 내놓은 혁신안 거부를 꼽은 민주연 보고서가 무색합니다. 게다가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방식을 둘러싸고 이재명 의원의 유불리를 따지는 다툼이 벌어지면서 당권 레이스가 출발부터 볼썽사납습니다. '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이른바 '어대명'론에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겠지요.

정당이 패배의 악순환으로 빠지는 모습은 항상 비슷합니다. 몰라서 지는 것도 아니고 반성을 안 해서 지는 것도 아니지요. 알면서도 반성은 하면서도 달라지는 게 없어서 지는 겁니다. 이제 됐다는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유권자가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정당에 내일은 없습니다.

7월 5일 앵커의 시선은 '후회는 앞서 오지 않는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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