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7

[포커스] 상처 남긴 채 봉합, 누구를 위한 파업이었나

등록 2022.07.23 18:05

수정 2022.07.23 22:22

[앵커]
51일간의 파업 사태는 노사 양쪽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청 구조 개선이라는 본질은 손도 대지 못한채, 노조는 어정쩡한 수준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고, 회사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지선호 기자가,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남긴 후유증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이 절정을 향하던 때, 조선소 한쪽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폐업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조용히 현수막을 들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파업입니까'라고 적은 문구는 패자만 남은 파업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재우 / 폐업 협력업체 대표(지난 18일)
"이번 달도 이제 적자가 나길래 (퇴직금 등) 지금 다 드릴 수 있을 때 제가 그만하겠다."

대우조선 협력사 20여곳으로 구성된 하청노조는 임금인상율 30%, 상여금 300% 등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막상 합의안에 담긴 임금 인상률은 평균 4.5%에 그쳐 다른 협력업체 직원들이 이미 합의한 4~8%에도 못 미쳤고, 연간 상여금도 140만원에 그쳤습니다.

홍지욱 / 금속노조 부위원장(어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정말로 피를 말리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측의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파업 농성장이 되버린 1도크의 진수 작업이 중단됐고, 선박 11척을 인도하지 못해 지체보상금까지 생겼습니다.

관행화된 파업을 막지 못한 대우조선은 8000억원 넘는 손실을 입었습니디다.

회사는 휴가철에도 인력을 투입해 공정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납기일을 잘 맞춰왔던 회사는 신뢰도에 금이 갔습니다.

조선소의 심장인 '독'이 파업 한번에 마비된 걸 보고 글로벌 선사들이 선박 건조를 발주할지 의문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파업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파업 때문에 일터에서 쫓겨나야 했던 나머지 노조원들의 원망, 지역주민들의 불신은 합의문에 담지도 못했습니다.

김찬익 / 협력업체협의회 부회장(어제)
"잠정 합의가 된 건 맞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파업을 마친 하청노조는 노사협의만으로도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을 손에 쥔 반면, 손해배상소송 등 민형사상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사측에겐 막대한 손실을 안겼습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뉴스7 포커스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