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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물난리마다 '반지하 대책' 되풀이?…재판선 대피체계 미비 질타

등록 2022.08.10 17:55

수정 2022.08.10 17:56

[취재후 Talk] 물난리마다 '반지하 대책' 되풀이?…재판선 대피체계 미비 질타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연합뉴스

그날도 기록적인 폭우였다. 시간당 110mm가 넘는 장대비에 산자락이 무너져 남태령 전원마을을 덮쳤다. 폭우를 머금은 토사는 주택가 지하부터 파고들었고,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11년전 우면산을 할퀴고 지나간 수마(水魔) 얘기다.


●11년 전 '반지하 사망'에 서울시 "반지하 억제"


당시 사망자 명단엔 17개월된 아이도 있었다. 폭우에 잠긴 지하실을 내려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구학서 당시 신세계 회장 부인도 있었지만, 다세대주택 반지하 입주민 피해가 유독 컸다.

2011년 7월27일 오전 7시40분 반지하방을 지키던 부부는 창문으로 쏟아진 토사더미 속에서 첫째를 간신히 구했지만, 둘째였던 생후 17개월된 아이를 잃었다.

당시 언론에선 '지하방에서 사는 사람들' '잘사는 동네에서 산사태 피해는 대부분 반지하 세입자' 등 제목이 달린 기사가 쏟아졌다.

서울시는 도시방재 근본 틀을 바꾸겠다며 해마다 5000억원씩 10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수해방지대책을 내놨다. 반지하주택 관리 등 명목의 4600억원도 포함됐다.

오세훈 당시 시장은 "반지하주택은 억제하는 방식으로 침수피해 근본적 해소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서울시, 이번엔 "반지하주택 금지"…법원 "대피체계 미비" 질타


115년 만의 이번 폭우도 피해상황과 대응 면에서 모두 1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도 피해는 주거취약층에 집중됐다. 잇단 '반지하 비극'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주거공간을 건축허가 단계부터 불허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도 반지하 세입자를 위한 주거지원대책 확충을 요청한 상태다.

재난 앞에 취약한 반지하 주거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정부가 여론이 들끓는 부위에 대책과 처방을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1년전 우면산 수해에 아이를 잃었던 반지하 부부가 낸 손해배상소송에서도 법원은 공간의 특수성보다 재난대응체계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

당시 재판부는 예측불허의 초단기 집중호우였다는 이유로 서초구 책임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진 않았다.

다만, "산사태에 대비해 주의보·경보를 발령하고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의 대응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절반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물난리 속 "산사태·상습침수 위험지역 대피, 외출자제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는 안내문자만 스마트폰을 잠시 흔들었을 뿐 침수지역내 주민 대피상황을 직접 챙겼다는 지자체 사례를 들어본 적 없다.

치수시설과 반지하 거주민 주거대책도 중요하지만, 보다 시급한 건 재난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발생시 취약계층부터 대피시키는 재난대응체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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