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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주요 수사부서장들의 교체…총경 인사로 본 '위기의 경찰대'

등록 2022.08.12 18:10

수정 2022.08.13 11:11

[취재후 Talk] 주요 수사부서장들의 교체…총경 인사로 본 '위기의 경찰대'

경찰대 모습 /연합뉴스

11일 총경 인사가 발표됐다.

총경은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운다.

인사를 앞두고, 경찰 내부에선 이미 이런 말이 돌았다고 한다.

"수사 부서에서부터 경찰대 출신의 힘을 뺄 것이다"라는…

항간에 떠돌던 이 소문이 맞는 건지, 총경 인사 명단을 유심히 살펴봤다.

#수사.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내 대표적인 수사부서의 인사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교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교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장-'교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교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유임'

이번 인사 전까지만 해도, 간부후보 출신인 최진태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장을 제외한 4명이 경찰대 출신이었다.

하지만 인사에서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장이 '비경찰대' 출신으로 교체됐다.

현 상황에서 이들 수사부서장 중 경찰대 출신은 유임된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이 유일하다.

5개 부서장 중 4명이던 경찰대 출신은 1명으로 대폭 줄었다.

#시기.

총경 인사를 다룬 뉴스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수사대장' 교체에 주목했다.

서울 성동경찰서장으로 자리를 옮긴 강일구 총경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수사대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접대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 등을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수사하는 곳이다.

최근엔 김광호 서울청장이 서울경찰청 소속 수사 부서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왜 이준석 사건은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를 하지 않느냐"며 강 총경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경찰 내부에선 "시기적으로 보면, 강 총경은 오히려 발령을 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강 총경은 지난해 초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수사대장에 부임했다.

주요 수사부서장으로 1년 반 정도 그 자리에 있었기에, 교체 시기에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는 얘기다.

#그럼.

이정철 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 조창배 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장…

이들은 올해 초 부임했다. 부서장을 맡은 지 8개월밖에 안 됐다.

장하성 주중 대사,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연루된 '디스커버리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금융수사대.

얽히고 설킨 수사내용을 파악하는데만 족히 한 달은 걸린다고 한다.

주요 수사부서장을 8개월 만에 교체한 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함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다.

"경찰대를 졸업하신 분은 경위부터 출발한다는 데에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찰의 96%는 일반 출신이다. 경찰대 출신은 2.5%다.

하지만 총경 이상 고위직은 전체 경찰의 2.5%인 경찰대 출신들이 62%를 차지하고 있다.

총경은 60.3%가 경찰대 출신이다.

경찰내 소수인 경찰대 출신이 '특권' 내지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2일 경찰국은 출범했다.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보면, '매년 경무관 승진 대상자의 20%를 일반 출신으로 한다'는 등 경찰의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문제는 '속전속결'에 있었다.

논의가 시작된 81일 만에 '속전속결'로 출범하면서,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반발도 컸다.

그래도 열차는 출발했다.

경찰국 국장에 '일반 출신' 김순호 치안감이 임명됐고, 윤희근 경찰청장 취임 직후 '비경찰대' 출신인 우종수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이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차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발표된 총경 인사…

이번 정부 들어 추구해온 경찰 개혁 논의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려는지 윤곽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4만 경찰 구성원의 보다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낼 방법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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