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취재후 Talk] BMW 화재소송, 4년째 '1심 진행중'

등록 2022.09.20 06:00

수정 2022.09.20 06:54

피해 차주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취재후 Talk] BMW 화재소송, 4년째 '1심 진행중'
서울 중구 BMW 코리아 본사의 모습 / 조선일보DB

지난 2018년 한 브랜드의 차량에서 불이 갑자기 붙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한동안 주차장에서 해당 브랜드의 차량을 출입 금지하기도 했죠. 당시 해당 브랜드의 차주들은 모여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과연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 4년 전에 멈춰진 시간, 지쳐가는 차주들

취재를 위해 차주들의 집단 소송 대표로 있는 이광덕 씨를 만났습니다. 사고 당시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던 그날을 광덕 씨는 생생히 그리고 있었습니다.

집 앞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연기가 나던 차량은, 차 문을 열고나온지 몇 초가 되지 않아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만약 문이 안 열리거나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죠"

차량은 순식간에 까맣게 모두 타버렸고, 결국 타던 차량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문제는 사고 이후 BMW 외에 다른 차를 타는 동안에도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이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차량에는 한동안 휴대용 소화기를 비치해 놓아야만 했습니다.

이후, 회사 측에 화재 보상을 문의했지만, 당시 돌아왔던 답변은 '차량 재구매 시 할인해주겠다'는 말뿐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광덕 씨는 여러 사람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4년째 이어지는 공방…늦어지는 재판엔 이유가 있다?

사실 광덕 씨 말고도 집단 소송을 진행하시는 분들은 매우 많습니다.

차주들을 대신해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로펌에서만 4개의 건으로 진행하는 중인데, 그 수는 자그마치 약 2,700여 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들 중 아무도 재판의 끝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재판이 2번 이상 열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생각 외로 복잡했습니다.

차주들은 BMW 본사도 손해배상 대상으로 함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제는 민사소송의 경우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장이 피고인에게 닿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일 본사까지 접수된 소장이 날아가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답변이 오는 데도 걸리고, 이같은 과정에서 이미 많은 시간이 소모됐습니다.

이 밖에도 재판부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 관련 기관들에 재판부가 송달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관계기관들도 법원에 보내는 서류인 만큼 신중히 작성해 보내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시간이 끌리게 되는 것이지요.

■ 차주 소송 대리 변호인 "BMW측 재판 지연 전략 사용" 주장

하지만 차주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BMW 측의 재판 지연 전략도 한몫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송달 문제를 예시로 들면서, 본사가 이를 일부러 피했다고 말합니다.

변호사는 "1차 소송에선 보낸 지 일주일도 안 돼 본사가 소장을 받았지만, 다른 데에선 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때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또 초반에 열리던 기일에서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니 수사 결과를 보아야 한다"고 언급하더니, 이후 수사 결과 기소 결정이 나자 "관련 사건의 형사재판 결과를 보아야 한다"고 말을 바꾸기도 한단 겁니다.

현재 BMW 측에 관련된 사안은 파악된 것으로만 손해배상소송(민사) 5건, 형사 재판 1건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형사 사건은 이제 막 재판이 시작된터라 1심 선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상태입니다.

결국 이러는 사이 재판은 멈추게 되었고, 사건 진행 정도 역시 '관련 재판 결과를 기다리며'라고 뜨게 된 것이죠.

자동차관리 공단 등의 조사 결과 등도 재판을 위해 문서 제출 명령을 신청하면 BMW 측은 '영업 기밀이 다수 포함돼있다'고 언급하며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한다고도 주장합니다.

■ '대기업은 못 이겨'라며 떠나는 차주들…BMW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

재판 지연 속에서 지쳐가는 것은 결국 차주들과 그들을 대변하는 변호인들뿐입니다.

차주 대표인 광덕 씨는 그사이 차주들이 지쳐만 간다고 설명합니다. "재판 진행 자체가 아예 안 되다 보니까 중간에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고, 대기업은 역시 이길 수 없다는 말도 하신다"고 합니다.

박명상 변호사도 "답답하다 여쭤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 입장에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으니까. 최선을 다해 신속하게 진행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죠"라고 한다.

이같은 주장에 BMW 측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BMW, 이번에는 "위헌 따져보겠다"…재판부 "언제까지 기다리냐" 일침

지난주 형사 재판 1건과 민사 재판 1건의 기일이 곧바로 있었습니다.

마지막 재판 일정으로부터 약 6개월여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 BMW 측은 재판에 성실히 임했을까요?

관련 형사 재판에선 자신들에게 적용된 구(舊) 자동차 관리법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요구했습니다.

민사 재판에선 "사고원인 규명과 함께 리콜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만한 손해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했습니다.

또 "결함 은폐를 손해배상소송의 청구 원인으로 삼겠다면 기소 자체만으로는 결함 은폐 사실 인정될 수 없으니 1심 선고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언제까지 기다리는 거냐, 5년이 다 되어간다"며 따끔하게 한마디를 하기도 했죠.

결국 선고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는 이 싸움은 어쩌면 올해에도 끝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까맣게 타버린 차량보다 새까맣게 타버린 건 차주들 마음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