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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이런 자료 처음"↔"위증죄 있으니"…공수처, 위증죄 회피문구 논란

등록 2022.10.13 19:55

수정 2022.10.13 20:15

[취재후 Talk] '이런 자료 처음'↔'위증죄 있으니'…공수처, 위증죄 회피문구 논란

 

'※위 자료는 각 검사실에서 수작업으로 취합한 것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정감사 답변서에 등장한 문구다.구체적 수치를 요구하는 자료마다 '단골 문장'이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수작업 원인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연결돼 있지 않은 현실을 탓했지만, 국감 답변 오류 가능성을 미리 상정해 위증죄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 문구'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작업이라 부정확할 수도"…공수처장, '위증죄 염두' 인정


문제가 된 문구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 국감 과정에서 공개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3년째 국정감사를 통해 여러기관에서 자료를 받았지만 이런 회신은 처음 받았다"며 공수처로부터 받은 답변자료를 내놓았다.

조 의원실은 국감을 앞두고 공수처가 검찰에 요청한 공소장 등 수사자료 가운데 얼마나 협조를 받았는지 등 사안별 수치를 요구했다.

공수처는 자체 집계한 수치를 표로 만들어 답변하면서도 말미에 "수작업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다.

조 의원은 "원시시대도 아니고, 거짓정보를 주고 피해나가려 하는 건가, 아님 컴퓨터 한 대 없나"라며 "어떻게 모든 자료에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나"고 질타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저희가 선서를 했고, 국회 증언감정법률 14조 위증죄엔 서면 답변이 포함된다고 써 있다"라며 위증죄를 의식한 문구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김 처장은 이어 "위증죄가 있기 때문에 실무자도 숫자나 통계는 자신이 없어서"라며 "킥스가 완성되면 (데이터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 있겠죠, 완벽하게"라고 덧붙였다.


●공수처장, '기자 통신영장 수사' 위증 여부는 '침묵'


김 처장은 공수처의 '수작업 현실(?)'을 설명하며 지난해 논란이 된 '무차별 통신조회 사태'를 스스로 꺼냈다.

김 처장은 "작년에 저희 통신자료조회가 논란이 됐는데 검찰과 경찰은 통신자료조회를 킥스로 하고 있다"며 "저희는 수작업으로 일일이 엑셀 작업을 해서 팩스로 보냈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수치도 없이 어떻게 일하나는 지적엔 "그러니까 저희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겠나. 알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응수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공수처 수장이 통신조회 대상을 엑셀로 정리했을 만큼 무차별로 진행했음을 고백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수처는 새 CI(Corporate Identity) 발표 한 달 전인 지난 7월 중순 '내사 1호 사건'으로 본사 기자들을 상대로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을 집행했음을 알려왔다.

범죄 수사 개시 1년 뒤엔 통화내역을 들여다본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김 처장은 지난해말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본사 기자 통신조회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했지만, 수사대상 고위공직자의 통화 상대로서 조회했을 뿐 통신영장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제392회 국회 임시회 법사위 회의록>
전주혜 의원 : 처장님, 기자가 공수처 수사대상은 아니지요?
김진욱 공수처장 : 예, 아니고 공범은 될 수 있고요.
(중략)
전주혜 위원 : 그러면 TV조선 황제수사 관련된 통신 조회 관련해서는 관련된 고위공직자 있습니까?
김진욱 공수처장 : 예, 있습니다.
전주혜 위원 : 밝혀 줄 수 있어요?
김진욱 공수처장 : 그것은 밝힐 수는 없습니다, 수사사항이라.


하지만, 공수처가 TV조선 기자들에게 보낸 통신영장 집행사실통지서 내용은 김 처장 발언과는 사뭇 달랐다.

공수처 수사대상 고위공직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사실상 당시 공수처 황제소환 장면을 취재한 기자를 상대로 한 수사였음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관련 보도를 전후해 해당 기자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송수신 내역(기지국 위치 포함), 카카오톡 1대1 대화방과 단체대화방 대화 상대(상대방 IP 포함) 등이 고스란히 기재돼 있었다.

김 처장은 당시 국회 발언의 위증 여부에 대해 지금껏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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