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파월 의장의 절묘한 '밀당'…긴축 터널의 끝 보이나?

등록 2022.11.03 21:10

수정 2022.11.03 21:16

[앵커]
보신 것처럼 미 연준의 결정과 발표 하나하나는 이제 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과연 오랜 긴축은 이제 끝이 보이는 건지, 장원준 경제부장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장 부장, 오늘 새벽 미 연준의 발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요?

[기자]
예,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정말로 절묘한 '밀당', 밀고 당기기를 했다, 하지만 오랜 긴축 터널의 끝은 희미하게나마 보여줬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어제까지 시장의 전반적 관측은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상의 브레이크를 잡을 것이다, 이런 쪽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이번 금리 인상폭보다는 파월 의장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거죠.

[앵커]
왜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내년쯤엔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고 예상한 건가요? 

[기자]
무엇보다 미국이 아무리 '제코가 석자' 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금리를 심하게 끌어올려서 전 세계 경제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느냐는 국제적 원망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치솟는 금리와 강달러 때문에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 시달린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죠. 영국도 아찔한 금융 위기의 순간을 겪었고요. 특히 일본은 정치와 금융이 맞물린 이유로 사실상 제로 금리를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이러다보니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수입 물가가 오르니 인플레는 잡아야겠는데 금리는 못 올리고, 그러다보니 엔화 가치를 어떻게든 지키려면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팔아야 하는데, 달러를 판다는 건 미국 국채를 미국 시장에 쏟아붓는 형식이 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미국 국채 시장이 과도하게 흔들리면서 미국 금융도 위기에 휘말릴 수 있는데, 미국이 인플레 잡으려다가 초가삼간까지 태우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기대 섞인 시나리오도 있었고요. 또 그렇지 않아도 극단적 미중 갈등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의 파급 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와 불황의 악순환으로 물고 물릴 수 있으니 미국이 이제는 속도 조절을 준비할 거다, 이런 관측도 있었습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통스런 긴축을 좀 풀어줬으면 하는 집권 민주당의 희망도 있었고요.

[앵커]
그런데 막상 오늘 새벽 파월 의장의 입에서는 그런 관측과는 다른 말이 나온 거 아닌가요?

[기자]
예, 예상보다는 더 '매파' 발언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긴축의 끈을 아직은 쉽게 풀지 않겠다, 인플레를 더 휘어잡겠다, 회견에서 이렇게 말한 거죠. 그런데 이에 앞서 '정책결정문' 에서는요.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할 때 누적 긴축 효과, 경제와 금융 동향을 고려할 거다, 이런 표현을 썼거든요. 금융 동향 고려, 바로 이런 부분에 아까 말씀드린 '미국 금융 시장'이란 '초가삼간 지키기'의 뜻이 깔려 있는 거죠. 그래서 먼저 결정문이 알려졌을 때 미국 시장은 "역시 예상대로군" 하면서 환호했는데요. 막상 회견을 보고는 "어? 예상 밖 긴축인데?" 놀랐던 겁니다. '파월의 밀당'이 바로 이런 맥락인데요. '긴축 터널의 저 끝, 그 빛은 보여준다, 그런데 거기까지 결코 가깝지는 않을 거다' 이런 메시지를 보낸 거로 해석됩니다.

[앵커]
그러면 파월 의장의 강한 매파 발언은 왜 나온 걸까요?

[기자]
결정적인 건 미국 고용 지표가 생각보다 좋다는 겁니다. 미국은 현재 실업률은 낮고 매달 적지 않은 신규 고용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실업률이 낮다'는 건 아직 금리 인상이라는 긴축의 회초리를 맞을 경제 체력이 있는 거다, 높은 임금을 주고라도 신규 고용을 한다는 건 인플레로 이어질 불씨가 아직 남아 있는 거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고용 지표가 나빠진다면, 즉 실업률이 높아진다면, 그 때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의 브레이크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에 드리운 심각한 '돈맥경화'에도 치솟는 금리가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서 우리로서는 미국 금리의 속도 조절을 초조한 심정까지 담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앵커]
예, 장 부장,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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