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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대통령실의 '공과 사'

등록 2022.11.15 19:19

수정 2022.11.15 20:31

[취재후 Talk] 대통령실의 '공과 사'

지난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 취재를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시아를 순방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전용기 안에서 채널A와 CBS기자만 따로 불러 1시간가량 면담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이후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필자가 해당 내용을 보도한 건 '대통령실이 MBC의 전용기 탑승을 거부해 논란이 된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일부 기자들과 따로 만난 게 적절했느냐'는 문제의식에서였다.

■대통령의 '공과 사' 구분

해당 사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은 "대통령이 평소 인연이 있어 이동 중에 편한 대화를 나눴을 뿐 취재와는 무관하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두 기자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대화의 성격'이 아니라, 자리가 갖는 공적 의미에 있다.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는 사적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이다. 또한 순방 기자들 사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미, 한미일, 한일 정상회담 직후 이동이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사소한 소회와 단어 하나하나도 향후 대한민국 외교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공적 정보'가 된다.

해외순방 중 '공적 공간'에서 대통령의 말은 '사적 영역'을 넘어섰다는 뜻인데, 윤 대통령이 이번 순방 중 한번도 기자들 앞에 선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특히 대통령이 부른 두 기자도 해당 언론사를 대표해 순방에 동행한 '기자 신분'이다. 그들이 대통령과 잡담이나 나눴을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실의 설명은 대통령 스스로가 공적 공간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자인하는 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그 기자들이 특별한 취재의 기회를 부여받은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자 개인별로 대통령과 친분을 쌓을 수는 있다. 취재 경쟁에서 그런 친분이 활용된다면 그 역시 부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 하지만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타지 않았고, 그 바람에 전용기 내부 공기가 무거워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경쟁'의 논리로만 이번 일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 홍보수석 "나는 몰랐던 일"

김은혜 홍보수석은 TV조선의 보도('尹, 순방전용기에서 채널A-CBS 기자만 따로 불러 면담')에 대해 "홍보수석실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여부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며 기사 중에 있던 야당 대변인의 김수석 비판을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의 이름도 빼달라고 했다.

해당 내용은 이미 낮부터 소위 '받글' 형태로 기자들 사이에 많이 퍼진 상황이었는데도, 언론업무를 총괄하는 홍보수석이 "파악도 못했다"고 말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실 취재 환경을 관리하고, 기자들에게 공정한 취재 기회를 부여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이 공적 공간과 사적 대화를 구분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 역시 홍보수석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홍보수석이 대통령의 심기만 주로 살피면서 일하다 보니 이런 대응이 벌어진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번 순방은 과거와 달리 한미, 한미일, 한일회담과 한중 정상회담까지 '풀취재'가 아닌 '전속취재'로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랬기 때문에 '특정 기자들의 대통령 면담'은 휘발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통해 대통령실의 공과 사에 대한 구분이 더 분명해 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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