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따져보니] 도로점거 집회, 못 막나 안 막나?

등록 2022.11.23 21:11

수정 2022.11.23 21:17

[앵커]
어제 민주노총이 츌근길 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불편을 겪은 분들이 많습니다. 집회의 자유는 물론 보장돼야 합니다만, 이렇게 도로까지 점거해도 되는 건지 궁금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찰은 왜 못막는건지 그 이유를 따져보겠습니다. 홍 기자, 차들이 다니는 도로에서도 신고만 하면 무조건 집회를 할 수 있습니까?

[기자]
꼭 그렇진 않습니다. 예외가 있는데요. 집시법 12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선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집회를 조건부로 제한하거나 아예 사전에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주요도로란 어디를 말합니까?

[기자]
서울만 모두 16개 도로인데 웬만한 간선도로는 전부 포함됩니다. 세종대로에서 한강대로까지 구간에는 광화문광장과 서울역,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까지 집회 인기장소가 몰려 있습니다. 오류동에서 망우동으로 이어진 도로는 국회와 여의대로, 종로를 지나갑니다.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서울시내 도로 위 집회는 대부분 막을 수 있는 셈입니다.

[앵커]
그럼 통제하느냐 안 하느냐는 전적으로 경찰의 판단에 달린 겁니까?

[기자]
네, 그렇다보니 보수 정권이냐 진보 정권이냐에 따라 경찰이 법을 적용하는 관행이 많이 달랐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2016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2016년 8월까지, 경찰이 사전에 집회를 금지한 1059건 가운데 교통 소통을 이유로 막은 경우가 447건으로 전체 42%를 차지했습니다. 당시에는 오히려 경찰이 집시법 12조 적용을 남발해서 교통 불편을 핑계로 집회를 원천봉쇄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임준태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집회·시위를 항상 규제 대상으로 보는 것은 한계는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의 법익과 집회 시위자의 기본권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균형을 맞추는 그런 관점에서 경찰이 엄정하게 판단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출근길 도로 점거는 너무 한 것 아닌가요?

[기자]
현행 집시법에는, 신고한 집회는 사전에 신고한 장소나 시간을 벗어나도 따로 처벌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경찰도 이런 점 때문에 교통이 마비돼도 현장 통제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처벌 조항을 담은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앵커]
나라별로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해외에서는 도로 시위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비교적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유럽의 판례가 있는데요. 유럽인권재판소는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로 공공질서와 다른사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면 공권력이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시대와 상황에 맞게 법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다른 가치보다 집회·시위가 우선시되는 쪽으로 80년대 이후부터 진화가 되어 왔던 것이고. 2022년도에는 이런 일반 시민의 평온권도 집회·시위 자유 못지 않게 중요한 기본 가치로 인정이 되는 이러한 전향적 법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이제는 집회를 하는 쪽에서도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주장의 힘이 약해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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