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CSI] '입법 공백' 3년8개월…불법 직구 '낙태약' 무방비 유통

등록 2022.12.12 21:29

수정 2022.12.12 22:06

여성 건강 위협

[앵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3년 8개월이 지났습니다. 부득이한 경우 제한적으로, 낙태가 가능한 것인데, 어떤 방법으로, 어느 시점까지 낙태를 허용하게 할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 상당수가 불법 낙태약에 의존하면서, 건강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탐사대 전정원 기자가 그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출산-결혼 계획이 없던 18살 A씨는 임신 4주차이던 9월 임신중절유도제, 낙태약을 복용했습니다. 수소문 끝에 SNS를 통해 구입했는데, 복용후 3주 가까이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A씨 / 임신중절유도제 복용 여성
"수술보다 안전한 것처럼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다들. 진짜 많이…출혈이 심했어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산부인과 문턱은 여전히 높습니다. 낙태죄 위헌 판결이 난 지 3년 8개월이 넘었지만 시술을 꺼리는 병원이 많고,

A병원 관계자
"아예 원장님이 안 하세요, 그 쪽(임신중절수술)으로.”

비용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B병원 관계자
"저희 맥시멈은 500(만 원) 이상까지도 되죠.“

낙태를 몇 개월까지, 어떤 방식으로 허용할지 등을 놓고 관련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 혼선이 이어지는 겁니다.

이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 상당수가 병원 대신 저렴한 낙태약에 의존하는데, 식약처 허가가 안 나 해외 등에서 직접 구매해야 합니다.

B씨 / 낙태약 복용 여성
"해외배송으로 한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부모님한테 임신 사실을 얘기하는 게 좀 힘들어가지고, 약물 복용은 그런 동의 같은 게 없어도 되니까."

문제는 진료와 처방은 물론, 정확한 정보도 없이 유통되다 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

1월 전북 전주에서는 임신 8개월 여성이 불법 낙태약을 복용하고 아이를 조산한 뒤 유기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최안나 / 산부인과 전문의
“(판매자들은) 이 약을 먹으면 뱃속에서 애가 그냥 없어지는 것처럼 그렇게 호도를 해요. 목숨을 건, 아주 위험한 선택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도 불법 낙태약을 수입하다 적발된 건수는 올해 8월까지 477건으로, 지난해 적발 394건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낙태 시술 보험급여 적용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은 돼 있지만, 아직 상임위 문턱도 못 넘은 상황입니다.

김동식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장
"공공의료 서비스 안에서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라는 것도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원치 않는 임신 여성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으로 위험천만 불법 낙태약 유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탐사대 전정원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