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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민주당의 한동훈 대응 딜레마…"때릴수록 커진다"

등록 2022.12.13 15:48

수정 2022.12.13 17:15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만 커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딜레마입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인사 청문회와 대정부 질문 등에서 한 장관에 대해 숱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는 되레 한 장관의 정치적 존재감만 키워웠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한 장관에 대한 공세를 한때 자제했지만 최근 다시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김의겸 대변인은 한 장관을 계엄사령관에 빗댔습니다.

그동안 침묵하던 친문 인사들도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수사 가능성이 거론되자 한 장관을 '안하무인', '정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비난했습니다.

 

[취재후 Talk] 민주당의 한동훈 대응 딜레마…'때릴수록 커진다'
한동훈 & 김의겸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첫 번째 전략. '거짓말 파고들기'

민주당 내에서도 주요 현안에 있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한동훈 장관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투에 나서기 위해서는 상대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민주당 공략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상대의 빈틈'을 사정없이 파고든다. 즉 상대방의 주장이 거짓임을 확실했을 때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전략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새벽 술자리 의혹'입니다. 김의겸 대변인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 장관은 "지라시 수준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모욕을 한다"며 "모든 직을 다 걸겠으니 김 의원은 뭘 걸겠냐?"고 강경 대응했습니다.

지난 9월에도 김 대변인은 한 장관이 야당 의원과 악수 장면을 억지 연출했다고 주장하자, 한 장관은 곧바로 "악의적 허위 사실을, 가짜뉴스를 작심하고 방송에서 반복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직격했습니다.

 

[취재후 Talk] 민주당의 한동훈 대응 딜레마…'때릴수록 커진다'
한동훈 & 박범계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두 번째 전략. '내로남불 지적'

둘째. 상대방의 '내로남불' 태도를 지적하는 전략입니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을 때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했습니다.

"(文 전 대통령이 민정수석일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관여한 것이 드러난다면 유감스럽지만, 책임을 지셔야 한다는 이런 말씀도 하셨던 걸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12월 8일)

또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7월 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문에서 법무부의 공직자 인사 검증과 검찰 인사 문제를 지적하자 한 장관은 곧바로 문재인 정부 사례를 소환해 맞대응했습니다.

"과거에 의원님께서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 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7월 25일)

"택도 없는 말 하지 마십시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前 법무부 장관. 7월 25일)


지난 10월 민주당 4선 중진인 우상호 의원이 김의겸 대변인이 제기한 '새벽 술자리 의혹'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잦은 술자리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한 장관은 우 의원의 아픈 곳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워낙 술을 좋아해서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한다는 제보가 하도 많이 들어와요" (우상호 민주당 의원. 10월 28일)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이 가짜뉴스 술자리를 언급한 걸 보고 굉장히 놀랐다. 그분이야말로 5·18에 룸살롱에서 여성에게 쌍욕 한 것으로 알려진 분 아니냐" (한동훈 법무부 장관. 10월 28일)


■한동훈 놓고 엇갈리는 野 '맞대응'↔'무시'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민주당 내에서도 '맞대응파'와 '무시파'로 나뉩니다.

법사위 소속으로 한동훈 장관을 잘 아는 A 의원은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이 사안에 따라 공방하는 건 불가피한 것"이라며 "나쁘지 않은 판이면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현재 한 장관이 짜놓은 판에 끌려들어 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수도권 중진 B 의원은 "민주당, 스스로 약점이 많으니 한동훈 장관이 자신 있게 나오는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등 현재 윤석열 정권의 약점이 될 만한 것들을 중심으로 파헤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충청권 C 중진 의원은 "한 장관과 맞붙으면 제압이나 할 수 있느냐"며 무시 전략을 주장합니다. 그는 "한 장관에게 말려들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뻔한 패턴대로 흘러간다"며 "지금껏 한동훈 장관만 키워주고 있어 어리석다"고 말합니다.

 

[취재후 Talk] 민주당의 한동훈 대응 딜레마…'때릴수록 커진다'
/김의겸 페이스북 캡처

 
■의도 있는 한동훈 때리기…김의겸 후원금 '대박'

C 의원은 그런데도 일부 의원들이 한동훈 장관에게 공세를 펴는 건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결국 한 장관을 날쌔게 비판하면 강성지지층으로부터 박수를 받는다"며 "제기한 의혹이 허위라고 해도 그들로서는 잃을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새벽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곤욕을 치른 김의겸 대변인은 9일 SNS에 "많은 분 덕분에 올해 후원금 모금이 마감됐다"고 밝혔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김 대변인이 모을 수 있는 후원금 한도는 1억 5000만원인데 이를 모두 채웠다는 뜻입니다. 김 대변인이 작년에 모은 후원금 모금액은 9928만원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동훈 장관은 지난 9일 실시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9%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보수층에서 과반이 넘는 55%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것도 민주당이 의도한 결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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