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취재후 Talk] 미 연준은 산타가 반갑지 않다

등록 2022.12.16 14:56

수정 2022.12.16 15:19

[취재후 Talk] 미 연준은 산타가 반갑지 않다

기자회견 하는 제롬 파월 美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내년 美 최고금리 연 5.1%?…시장이 얼어붙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향후 최고 금리를 전망하는 점도표(dot plot)가 나오자 시장은 공포에 질렸습니다.

내년 최고 금리가 연 5%를 넘을 것이라고 본 위원이 19명 중 17명이었습니다. 중간값으론 5.1%입니다.

지난 9월 FOMC에선 연 4.6%로 전망됐는데 이보다 0.50%p나 상승한 겁니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4.5%인데, 여기에서 0.50%p를 올린 뒤 0.25%p를 한 번 더 인상할 수도 있다는 거죠.

이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물가 상승률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인상 보폭은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에서 '빅스텝(0.50%p 인상)'으로 줄였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최고 금리 수준을 오래 지속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연준은 내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5%로 낮추고 2025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3.1%로 높였습니다.

경기침체 신호는 보다 뚜렷해졌고 인플레이션은 더 오래갈 거란 예상입니다.

■미국 이어 유럽·영국도 "아직 갈 길 멀다" 연달아 '강펀치'

15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5%로, 영국 잉글랜드은행(BOE)은 연 3.0%에서 3.5%으로 각각 인상했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2%로 회복될 수 있도록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하려면 금리가 꾸준한 속도로 크게 인상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도 "노동 시장과 노동 공급이 너무 타이트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의 인식과 대체로 비슷해 보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거죠.

■아직도 심각한 물가…증시 오르면 인플레 장기화 우려

FOMC 전까지 시장은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들떠있었습니다. 미국 11월 CPI가 전년 대비 7.1%로 나오면서부터인데요. 지난 6월 최고점이었던 9.1%에서 2% p 둔화됐고, 지난해 12월 이후로는 최소폭입니다.

전문가 전망치 7.3%보다도 낮습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는 6.0%으로 역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습니다. 시장은 환호했죠.

하지만 최근 이틀간 각국 중앙은행 수장이 보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본색에 시장엔 찬물이 쏟아졌습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4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23% 급락했습니다.

지나 볼빈 볼빈자산운용그룹 사장은 "파월 연준 의장의 '스크루지(구두쇠 영감)' 연기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보고서에 연말 기분을 내던 투자자들의 '산타랠리' 희망이 박살 났다"라고 말했습니다. 산타랠리란 연말연시에 증시가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견 긍정적인 CPI에도, 왜 연준은 산타랠리 희망을 박살낸 걸까요?

물가 안정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가 더 필요하는 겁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고 주택시장도 아직 덜 가라앉았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노동 시장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봤습니다. 임금 상승 압력이 높으면 재화를 생산하는 비용이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립니다. 연준은 경기침체로 인한 고통보다도 고물가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라가르드 ECB 총재도 "최근의 물가 상승률 감소는 에너지 가격이 낮아진 영향일 뿐"이라며 "식량 등 경제 전반에 걸친 물가 상승 압력은 강화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로존의 11월 물가 상승률은 10%로 집계됐습니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여기에 증시까지 강세를 보이면 인플레이션 해결은 더뎌질 수 있습니다. 산타랠리로 투자자들의 자산이 불어나면 소비가 증가하고, 늘어난 소비는 재화의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키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로 섣불리 태도를 바꿀 수 없는 이유입니다. 중앙은행 수장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널뛰니까요.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긴축 속도 조절'을 언급하자 뉴욕증시가 2~4%대 급등했습니다.

일각에선 '점도표가 5.1%로 제시되긴 했지만 그렇게까진 올리지 못할 것이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일단 강한 모습을 보였을 뿐, 실제 경기침체가 오면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거란 시각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희망회로'일 뿐이지만요.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