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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홍남기와 추경호의 차이

등록 2022.12.26 16:53

수정 2022.12.26 17:05

[취재후 Talk] 홍남기와 추경호의 차이

 

정부는 1년에 경제 성장률을 2번 전망한다.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겐 매번 "성장률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냐"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전망치는 항상 국내외 기관들보다 높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달랐다. 오히려 다른 기관들보다 낮았다.

경제 상황을 보는 경제 수장의 시각은 중요하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이 큰 정책이 갈라져 세세한 정책의 방향까지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두 사람의 차이를 생각했다.

 

[취재후 Talk] 홍남기와 추경호의 차이
 


■정책 의지 '한 숟갈'

2019년을 앞두고 정부는 경제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 나중에 전망치가 하향될 수 있냐는 질문에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이 전망에는 "이 2.6~2.7%에는 상당 부분 정부가 반드시 경제 활력을 높이고 해서 경제 체질도 개선해서 그와 같은 효과로 성장률 견인도 하겠다는 정책 의지도 상당 부분 많이 반영돼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2020년에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홍 전 부총리는 "정부의 정책 의지들을 플러스 알파를 좀 실어서 2.4%로 제시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전망치가 있는데, 여기에다 '정책 의지'를 더해서 전망치를 더 올려잡았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전망치가 아니라 목표치 또는 희망치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취재후 Talk] 홍남기와 추경호의 차이
 


■객관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8%다. 한국은행은 1.7%다. 그런데 추경호는 부총리는 1.6%를 제시했다. 그동안의 전망과는 결이 달라 왜 그런지 질문이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부가 KDI보다 낮은 성장률을 전망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 부총리는 "현재 나타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국민들께 전망치를 말씀드리자 하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성장률 0.1~0.2%에 국민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로 우리 상황이 어떤지 국민들과 공유하는 것과 전망치에 가능하지 않을 지도 모를 정책 효과까지 포장해 발표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실제 홍남기 부총리가 2.6~2.7%를 전망했던 2019년의 성장률은 2.2%에 기록하는 것에 그쳤다.

 

[취재후 Talk] 홍남기와 추경호의 차이
 

 
■메르켈의 솔직함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정책의 내용을 막론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솔직함으로 승부했다. 코로나로 재정을 크게 늘렸던 2020년, 내년 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수준의 재정 지원을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다", "2023년부터는 급격히 증가한 신규 국가채무를 갚아나가기 시작해야 하고, 향후 수년간 예산정책과 관련해 엄청난 도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신뢰를 보냈다.

독일의 국내 총생산(GDP) 대비 올해 국가채무 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높은 71.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메르켈의 말대로 2023년부터 68.3%로 줄고, 2024년 65.6%, 2025년 63.1%로 전망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추경호 부총리의 '1.6%'는 매 맞기 전에 먼저 아파하는 면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솔직함으로 내년 경제가 예상보다 더 어려울 거란 일종의 경고는 확실하게 울렸다. 정부만 경제 정책의 주체가 아니고, 기업도, 국민도 같이 가야할 경제 동반자다. 힘든 길도 같이 알고 가야 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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