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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보수는 분열로 망하는가

등록 2023.01.16 21:50

수정 2023.01.16 21:57

"화초장 화초장 화초장…"

놀부가, 벼락부자 흥부한테서 화초장을 빼앗아 짊어지고 갑니다. 그런데 도랑을 건너다 이름을 까먹고는 '장'자를 죄다 들먹여 봅니다. 

"초장 간장 된장 뗏장 송장 고추장 토장 개장 웃장 천장…" 

그런데 박동진 명창도 못 따라갈 중구난방 타령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해 새누리당 내 충성도 분류에서 출발한 '친박 타령'입니다. 원조 '원박', 돌아온 '복박', 멀어진 '멀박', 잘린 '짤박'으로 시작했지요.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만이 선택받게 해달라"고 하면서는 '진박' 다툼이 치열했습니다.

진짜 진실한 '진진박', 뼛속까지 '뼈박', 죽을 때까지 '죽박'이 등장했고, 비아냥대는 호칭도 이렇게 줄을 이었습니다. '진박 감별사'까지 나설 만큼 극심했던 친박 대 비박 갈등은 공천파동으로 번졌습니다. '백여든 석 대승'을 자신했던 새누리당은 참패했고, 결국 탄핵 사태로 이어졌지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벌이는 이전투구가 7년 전과 판박이처럼 닮았습니다. '윤심' 타령과 '진윤 감별'로 성만 바뀐 채, 나경원 전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주고받은 말 폭탄에 고스란히 집약 재현돼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은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당을 쥐락펴락한다"고 했습니다. 장 의원은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 "제2의 유승민" 이라고 되받았지요. 나 전 의원은 저출산 부위원장에서 해임된 뒤 당권 도전을 굳힌 듯한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이미 당 행사를 돌아다니며 양손의 떡을 저울질하다, 지지율 1위에 오르자 마음이 기울었다는 게 친윤 쪽 시각입니다. "나 전 의원을 장관에 기용하는 절차가 진행됐다가, 청문회가 없는 자리로 임명됐다"는 인신공격성 폭로도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싫었던지, 그동안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그래도 배려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는 배신감인지 분명치 않지만, 분명한 건 이런 모습 자체가 국민들 눈에 꼴불견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역겹고 한심한 싸움판의 초점은 '윤심'에 맞춰져 있습니다. 대통령은 '내부 총질' 문자가 노출된 뒤에도, 일절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윤심도 없다고 해왔습니다. 하지만 당권 후보들은, 심지어 나 전 의원까지 한결같이 '대통령의 뜻'을 앞세웁니다. 당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을 공격하면 당이 제재하겠다"고 공언하는 지경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징계의 수렁에서 석 달이나 헤매고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금 이 혼돈을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입니다. 보다 유연하게 순리에 따라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전철이 뻔히 보이는데 그대로 밟아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1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보수는 분열로 망하는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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