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길은 외줄기

등록 2023.01.17 21:51

수정 2023.01.17 21:53

"천당 위에 분당 아닙니까" ("부자 동네!") "저 박성배가 이 손으로 꼭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수도권 도시, 부동산 개발 비리를 그린 영화 '아수라'는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2년 뒤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조폭 유착 의혹이 제기되면서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습니다. 인물과 설정이,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과 닮았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찾아보는 사람이 급증했던 겁니다.

그리고 3년 뒤엔 OTT 순위를 역주행하는 이변이 벌어졌습니다. 희대의 대장동 게이트가 터진 덕분이었지요. 영화는 철저한 허구였지만, 그보다 더 허구 같은 개발 비리 의혹이 현실이라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우연은 그뿐이 아닙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되기 5년 전에 쓴 석사 논문이 대장동 바람에 재소환됐습니다.

이 대표는 대표적인 지방 정치 부패가 "지자체장이 선거자금 조성과 지지세력 확보를 위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 이라고 썼습니다. "토지 개발이나 계획 설계 과정에서 특혜가 생긴다"고 했지요. 하지만 "대개 합법적 외관을 갖추고 있어서 애꿎은 담당 공무원들만 징계를 당한다"며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대장동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해 소환했습니다. 사업 지분이 7퍼센트밖에 안 되는 민간 사업자에게 4천억 원을 몰아준 배임 혐의입니다. 내부 정보를 흘려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특혜를 준 혐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된 지 1년 넉 달 만에야 비로소 정점에 다다른 겁니다.

그 사이 이 대표는 연고도 없는 지역에 나가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당 대표가 돼 겹겹이 보호막을 둘러쳤습니다. 수사가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함께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주당은 '정권의 무능을 덮으려고 이 대표를 악마화하는 사법 살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예의 "야당 죽이기"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은 윤석열 정부가 쏘아 올린 게 아닙니다. 처음 의혹을 터뜨렸던 지역 언론인은 "민주당 경선 후보의 핵심 관계자가 제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국민의힘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라고 했지요.

"국민의 짐, 아이고 죄송합니다. 도둑의 힘… 아이고 이것도 아니네요"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내세웠습니다.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 소환은 결코 거부할 이유가 없는, 또 하나의 필연입니다.

"출석 여부 결정하셨을까요?" "…."

1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길은 외줄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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