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마스크를 벗으며

등록 2023.01.23 21:52

수정 2023.01.23 21:56

"우리 모두는 마스크를 쓰고 산다.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소심하고 착해빠진 은행원 짐 케리는 마법의 마스크를 쓸 때마다 딴사람이 됩니다. 

"누가 나 좀 말려줘요!" 

용기백배 천방지축 온갖 소동을 일으킵니다. 미녀의 사랑을 얻고, 악당을 혼내는 영웅이 됩니다. 마스크는 주시당하는 두려움을 덜어줍니다. 가면을 쓰고 원수의 집에 찾아가 줄리엣에게 구애하는 로미오처럼 말입니다.

인공지능 컴퓨터가 짜놓은 가상현실 속 인간들은 표정이 없습니다. 그러니 따로 가면을 쓸 필요도 없지요. 인간의 얼굴 근육은 마흔네 개에 이르러 어떤 동물보다 많습니다. 피부에 연결돼 있어서, 뇌의 자극에 따라 6천 가지나 되는 표정을 지어낸다고 하지요.

하지만 마스크는, 눈과 이마쯤을 빼고는 표정을 가려버립니다. 언어 못지않은 소통 수단을 빼앗아가는 겁니다. 그렇듯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관계가 차갑게 끊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통이 막히면, 공감과 배려는 옅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스크가 보장해주는 익명성이 부끄러움과 예의, 염치까지 잊게 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또 바뀝니다. 당장은 마스크가 익숙하단 사람이 적지 않지만 그 역시 오래 가진 않을 겁니다. 지난 3년 세상을 바꿔놓았던 코로나 팬데믹의 상징 마스크로부터 이제 우리의 일상이 풀려납니다. 누구보다, 마스크를 쓴 채 삶의 대부분을 보냈을 영유아,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온전하게 알려줄 수 있어서 반갑습니다. 마스크가 아이들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스크 해제가 가시화하던 지난 연말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가 찬성보다 6대4쯤으로 많습니다. 중증 위험이 큰 고령층이 가장 반대했지만, 20대만 빼고는 모두 반대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젠 마스크가 옷처럼 익숙해져서 민얼굴이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마음에 없는 표정을 짓지 않아도 돼서 편했는데 아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눈은 별처럼 고운, 얼굴의 창입니다. 그래서 '얼굴의 진주' 라고도 하지요.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예쁜 눈만 남았다. 공평해졌다"는 시처럼 말입니다. 이른바 '마기꾼' 효과가 사라지는 게 서운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얼굴은 표정의 향연을 펼치는 오케스트라입니다. 화음처럼 온화하고 다채로운 표정으로 미소 짓는 세상이 되살아날, 진정한 봄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에요. 바로 마스크를 안 쓴 당신…"

1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마스크를 벗으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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