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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엇을 위한 우정이었나?

등록 2023.01.25 21:52

수정 2023.01.25 21:54

"후세인이 나를 독사라고 부르길래 (이라크 외무장관을 만날 때) 재미 삼아 뱀 브로치를 찼지요"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다양한 브로치로 메시지를 전하는 '브로치 외교'를 구사했습니다.

그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달았던, 큼직한 성조기 브로치입니다.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던 김정일에 맞서, 적과의 만남을 상징했지요.

그는 "머리카락을 한껏 부풀리고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김정일의 키가 자기와 같았다"고 했습니다. "최근 영화를 열흘마다 챙겨보고,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는 말도 전했지요.

그는 "김정일이 남의 말을 경청하는 훌륭한 대화 상대였으며, 대단히 실용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한반도 안정에 미군이 기여한다"며 주한 미군을 긍정적 존재로 평가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했지요.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은밀하게 평양에 갔을 때 가장 놀란 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주한 미군 발언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며 "중국 공산당 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면 주한 미군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중국에 대한 불신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 "주한 미군 전력 증강을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얼핏 혼돈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북한의 이중 전략은 '고려연방제 통일론'의 이 3대 원칙에 숨어 있습니다.

맨 앞에 내세운 '자주'는 미군 철수를 포함한 외세 배격을 의미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평화'를 내세워, 미국과 소통할 때마다 대미 평화협정과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것이지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확약하면, 중국의 위협을 막아주는 미군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올브라이트와 달리 폼페이오는 "피에 굶주린 두꺼비"같이 거친 표현으로 김 위원장을 직격했습니다.

키 높이 구두를 신어 "1인치도 양보하지 않더라"는 야유도 곁들였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때 "문재인 대통령이 몇 번이나 직접 전화해 삼자회담을 요구했다"는 뒷얘기가 눈길을 붙듭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내줄 시간도 존경심도 없어서" 거절했다고 했지요.

"문 대통령의 참여 요구가 가장 큰 도전" 이라고 점잖게 쓰긴 했지만, 동맹국으로부터 골칫거리 취급을 당한 겁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문 대통령은 "아이들까지 핵을 이고 살게 할 수는 없다"는 김 위원장 말을 전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김 위원장이 최근 딸을 거듭 탄도미사일 발사장에 데리고 나왔습니다. 두고두고 낯 뜨거운 장면들의 연속입니다.

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무엇을 위한 우정이었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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