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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결재는 누가 했나

등록 2023.01.30 21:49

수정 2023.01.30 22:05

악랄한 도박꾼이 내기 도박에서 속임수를 눈치채고 소리칩니다.

"동작 그만! 밑장 빼기냐? 내가 병신 핫바지로 보이냐?"

핫바지는 솜을 채워 넣은 겨울 솜바지를 가리킵니다. 앞뒤 없이 펑퍼짐한 게 볼품없어서, 어리숙한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 됐다고 합니다. 비슷한 표준어로 바지저고리가 있습니다. '주견이나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뜻하는 놀림말이지요.

'바지사장'이라는 말도 흔히 씁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주는 사장'을 가리킵니다. 대체로 핫바지, 바지저고리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대가를 받고 진짜 주인의 불법을 뒤집어쓰는 총알받이의 '받이'에서 나왔다는 해석도 있지요. 사장 행세를 하다 감옥에 가면 '뒷바라지'를 해준다는 말이 줄어 '바지'가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꼭두각시, 허수아비 라는 얘기입니다. 빌라 수백 채를 굴리며 보증금을 떼먹은 이른바 '빌라왕'이 바지사장이었다는 수사결과처럼 말이지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스스로 공개한 검찰 진술서에서 "유동규가 대장동 일당과 결탁해 범죄를 저지르며 시장인 내게 알릴 이유도, 알릴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위례 사업과 관련해서도 "유동규가 스스로 저지른 불법행위를 내게 보고한다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비리 책임자로 유 전 본부장을 지목하며 '나는 모르는 일' 이라고 한 겁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이 "얼마나 다급하면 저러나 싶다.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 재판을 통해 다 공개될 것" 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민간업자들에게 성남시 내부 정보를 전달한 것도, 시장이었던 이 대표 지시"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가 유동규의 바지 시장이었으면 차라리 인정하라. 내가 다 뒤집어써주겠다"고 했지요. 이 대표는, 실권자가 시키는 대로 도장만 찍어주는 '고무도장' 이었냐는 것이지요.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수사 초기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 전 실장 지시에 따라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진 것으로 진술했다고 합니다. 김용 전 부원장이 "쓰레기라도 먹고 병원에 입원하라"고 했다는 말도 전해졌지요.

유 전 본부장이 몸통이고 그분이라면, 이 대표 최측근이라는 두 사람이 왜 그랬을까요. 한 번만 생각해 보면 너무 뻔한 결론인데 이 대표는 우리의 짧은 기억력을 농락하며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찰 조사에서는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결백하다면, 검찰 질문에 소상하게 답하고 설명하면 될 텐데 말이지요. 검찰의 재출석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또 침묵할 거라면 왜 나가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왜 떨어요?"

1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결재는 누가 했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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