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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주 69시간' 손본다…이유는?

등록 2023.03.15 21:41

수정 2023.03.15 21:58

[앵커]
정부와 여당이 주당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의도했던 것과 달리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입니다.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배경에서 나온 얘기인지 따져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어제는 백지화냐 아니냐 혼선이 있었는데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네, 정부가 개편안을 발표한 지 8일 만인 어제,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했는데요. 특히 MZ세대를 콕 집어 "의견을 듣고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한덕수 총리는 곧바로 법안 수정은 아니라고 했지만, 고용부 장관은 오늘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69시간이라는 주 최대 근무시간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젊은층의 비판은 예상하지 못한 건가요?

[기자]
네, 사실 그 동안 여권에서는 선택근로제를 도입하면 MZ 세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할 말은 다 하는 MZ 세대 특징에 잘 맞는 제도라고 판단한 겁니다.

이정식 / 고용노동부 장관(지난 6일, 기자회견)
"요즘 MZ 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냐'라고 해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

성일종 /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지난 8일, MBC 라디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볼 때는 2030과 관련된 청년층 같은 경우도 다들 좋아하고요."

[앵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고요?

[기자]
네, 인터넷에서는 주중에 69시간 일하고 주말엔 병원에 다니게 될 거라는 이런 가상 근무표가 화제가 됐습니다. 정부도 각종 커뮤니티나 SNS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정책 홍보가 제대로 안 돼 오해가 커졌다"는 겁니다.

[앵커]
홍보만 잘 했으면 젊은 세대들이 박수를 쳤을텐데 홍보가 부족했다, 이런 주장인 것 같은데.. 이것도 진단을 잘못 한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기본적으로 여론 수렴도 제대로 안 하고 성급하게 발표한 탓이 큽니다. 정부 개편안이 필요에 따라서 일할 때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쉴 수 있게 하겠다는 건데, MZ 세대 노동자들은 있는 연차도 다 못쓰는 판에 장기간 휴가를 어떻게 쓸 수 있겠느냐며 정책 실효성에 대한 불신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차 소진율은 60%도 안 되는데, 업무가 많거나 대체인력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앵커]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이 있었죠?

[기자]
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는데 특히 20대와 30대에서 부정 평가가 크게 늘었습니다. 강제징용 배상안 발표도 있었지만, 2030 세대 여론이 나빠진 건 고용부 정책 발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앞으로 의견을 어떻게 듣겠다는 겁니까?

[기자]
일단 오늘 이정식 장관이 MZ 세대 노조로 구성된 새로고침 노조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아직은 뭔가 조율한다기보다 "서로 의견을 듣는 수준이었다"고 하는데요. 내일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새로고침 노조와 토론회를 엽니다.

[앵커]
마음은 급하고 갈 길은 먼데 차도 자꾸 고장이 나는군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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