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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검정고무신' 비극…'창작자 권리' 지킬 방법은?

등록 2023.03.19 19:23

수정 2023.03.19 20:31

[앵커]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생전에 저작권 분쟁으로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창작자의 권리 보호 문제가 재조명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문화스포츠부 박소영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박 기자,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계약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겁니까?

[기자]
발단은 15년 전 맺은 계약이었습니다. 이우영 작가는 지난 2007~2008년 검정고무신에 대한 모든 사업적 권리를 출판사에 위임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는데요. 창작자의 저작권을 사업자가 포괄적이고 배타적으로 양도받는 이 '매절' 계약 때문에, 작품이 2차 창작되더라도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이우영
"극장판 애니메이션 만들어질 때도 원작자인 저는 전혀 계약서라든지 계약금이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고…"

실제 이우영 작가는 2019년 검정고무신의 캐릭터를 자신의 창작 활동에 활용했다가 출판사 대표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본인이 만든 캐릭터를 썼다고 고소를 당하니, 원작자 입장에선 황당했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 입장도 들어봐야죠?

[기자]
네, 계약을 통해서 저작권을 정당하게 위임받았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출판사 측은 "21세기에 어떤 작가가 아무 대가 없이 자기 저작권을 나누어주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또 사업 수익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있으며, 계약 내용에 따라 저작권료 역시 정상 지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계약에 따라 이행된 거라면, 애초에 계약 자체가 작가에게 불리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출판사 대표가 보유한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저작권 지분은 총 53%였는데요, 아까 말씀드렸던 매절 계약 때문에 수입의 대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였던 거죠. 출판계뿐 아닙니다. 최근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영화와 드라마 업계 창작자들도 제작사가 수익의 전부를 가져가는 불공정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오징어게임' 역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뒀지만 황동혁 감독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죠.

[앵커]
창작자에게 불리한 '매절 계약'이 그동안 문화계에서는 왜 흔하게 관행처럼 이뤄진 겁니까?

[기자]
네, 창작자들에겐 좋지 않은 조건이라 하더라도 우선 세상에 작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니까요. 또 생계에 대한 걱정과 미래의 불안정성 때문에 권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불리한 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림책 '구름빵'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린드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 역시 이런 매절 계약의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한때 불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죠.

[앵커]
창작자가 권리를 보장받는 법적 테두리는 아직입니까?

[기자]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관련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언급한 문화체육관광부의 표준계약서도 권고사항에 불과해서 실효성이 미미한 수준이죠.

김헌식
"창작자의 저작권을 양도하는 것에 대해서 국제사회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고요. 허용한다 하더라도 보상 청구권이라든지 추가 이익에 관련돼서 배분 청구권 등이 있는 거거든요. "

들으신 것처럼, 우리 문화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불어 창작자 권리를 존중하는 풍토도 조성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K콘텐츠가 발전하는 만큼 제도가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할 텐데요, 같은 비극은 없어야겠습니다. 박소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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