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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장 왜곡 논란' 왜?

등록 2023.03.26 19:19

수정 2023.03.26 19:21

"1년에 1조 써도 쌀값은 하락" 전망도

[앵커]
정부와 대통령실이 이토록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완강히 거부하는 이유가 뭔지 산업부 박상현 기자와 더 자세히 다져보겠습니다. 박 기자, 지금도 정부가 남는 쌀을 사왔었는데, 이번 개정안은 정확하게 뭐가 다른 겁니까?

[기자]
남는 쌀을 사긴 사는데, '의무적으로', '모두' 사도록 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현행법에서 정부는 남는 쌀을 얼마나 사들일 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예상보다 3~5% 이상 많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8% 떨어지면 초과 생산량을 모두 사도록 했습니다.

정황근 / 농식품부 장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본질적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기에, 쌀 생산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앵커]
일단 정해놓은 기준을 넘으면 다 사들여야하는건데 매입하고, 보관하고, 이동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네요?

[기자]
쌀 1만톤을 보관하는 비용이 1년에 15억원 정도입니다. 지난해 사들인 쌀이 90만 톤이니까, 보관비만 1350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쌀을 옮기고 가공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초과된 쌀을 시장에서 격리하는 비용은 매년 1000억 원씩 늘어 2030년 1조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일인데, 그만큼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겠죠?

[기자]
야당은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이면 농가 소득도 보호되고, 시장 공급이 줄어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단기적 쌀값 폭락은 막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농사를 많이 지어도 어차피 정부가 사준다'는 생각에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쌀값은 결국 떨어져, 지금의 18만7000원에서 2030년 17만2700원으로 내려갈 거란 전망입니다.

[앵커]
정부가 개입하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지난 2011년 쌀 의무매입제도를 실시했던 태국만 봐도 쌀 생산량이 20% 이상 늘면서 돈은 돈대로 쓰고 실패했습니다.

[앵커]
장기적인 눈으로 보긴 해야겠네요. 앞서 리포트에서 짚었습니다만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각 안 할 수 없잖아요?

[기자]
쌀 소비가 계속 줄면서, 정부도 쌀에 편중된 농업구조를 바꾸려고 콩이나 밀과 같은 전략작물을 재배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쌀 매입에 예산을 다 쓰다보면, 대체 작물 재배로의 전환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미래농업에 투자할 예산도 줄겠죠. 쌀 격리에 드는 비용 1조원이면 스마트팜을 매년 300개는 만들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러면, 농민들 사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옵니까?

[기자]
농민단체들 역시 반대성명을 잇따라 내고 있습니다. 농업인들은 단편적인 정책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양곡정책을 수립해야 하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축산관련 단체에선 최근 사료값 폭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쌀에만 재정이 집중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양곡법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앵커]
여러 부작용이 예상도 되는 상황인데, 정부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시장 원리를 지키면서도 쌀 농가를 돕는 방안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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