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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진실을 말하면 처벌받는 檢 수사…"플리바게닝 도입 검토해야"

등록 2023.04.04 02:55

수정 2023.04.04 07:28

[취재후 Talk] 진실을 말하면 처벌받는 檢 수사…'플리바게닝 도입 검토해야'

대검찰청 '형사법 아카데미' 진행 모습

▲ "범죄자 선의만 기대는 檢 수사…'플리바게닝' 도입 필요"
대검찰청은 지난주 금요일(31일) '코로나19'로 4년 가까이 중단됐던 '형사법 아카데미'를 열었습니다. 4년 만에 열린 학회 논의 주제는 '사법협조자 형벌제재 감면제도'. 우리는 '플리바게닝'으로 더 익숙히 아는 제도입니다. '플리바게닝'은 쉽게 말해 수사기관에 범죄 혐의를 진술할 경우 처벌을 감면해 주는 제도입니다.
축사에서 대검찰청 송강 기획조정부장은 '인간 본성'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송 부장은 "우리는 언제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려는 본성이 있다"며 "조직폭력배 조직원 입장에서는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경우에 자신의 두목에 대한 증언을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검찰 수사는 범죄자 선의에만 기대는 것"이라며 "범죄 진술을 하는 사람에게 '처벌 감면' 같은 이익을 주는 '플리바게닝'이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후 Talk] 진실을 말하면 처벌받는 檢 수사…'플리바게닝 도입 검토해야'
'플리바게닝' 논의를 위해 모인 청중 모습

▲ 美, 95% '플리바게닝'으로 사건 종결…日, 2018년에 도입
'플리바게닝'은 이미 대부분 선진국이 도입한 제도입니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재천 교수(美 검사 출신)는 "미국은 95% 가까이 범죄 사건을 모두 '플리바게닝'으로 종료하고 5% 정도만 재판을 통해 해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진술한 사람에게 이득을 주는 것을 넘어 진술하지 않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원 교수는 "미국은 타인의 범죄에 대해서는 강제 증언을 시키고 거부할 경우에는 '사법모독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며 "클린턴 대통령의 범죄 내용을 증언하지 않은 동료 변호사가 1년 6개월 징역을 산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회계 장부 조작으로 1조 원 가까운 투자 피해를 일으킨 '엔론 사태'도 플리바게닝이 없었으면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프랑스는 2000년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과정에 피의자가 자살한 사건이 생겼다"면서 "그 이후 검사들의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플리바게닝'이 도입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구지검 구재연 검사는 "일본의 경우에는 2018년 '플리바게닝'이 도입됐는데, '법원 협의 제도'를 넣어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후 Talk] 진실을 말하면 처벌받는 檢 수사…'플리바게닝 도입 검토해야'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국내 압송' 모습

▲ '수사 협조'에도 중형 받았던 장시호…쌍방울 김성태도 딜레마
특검은 지난 2017년 12월 '국정농단' 혐의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수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진술'을 했던 것을 참작해 비교적 낮은 형량을 구형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구형보다 높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진실을 밝히면 밝힐수록 처벌이 더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쌍방울의 '대북 송금·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는 1년 6개월째 진행 중입니다. 김성태 전 회장은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서 화가 많이 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속 시원하게 진술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에게 준 뇌물을 말하면 말할수록 자신의 죄도 커지는 상황이라 김 전 회장이 진술을 주저하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야권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50억 클럽' 수사도 결국 김만배 씨가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국회에서는 여권이고 야권이고 모두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요. 신속 수사를 위해서 '플리바게닝' 도입을 논의해 봐도 되지 않을까요?

 

[취재후 Talk] 진실을 말하면 처벌받는 檢 수사…'플리바게닝 도입 검토해야'
분홍색 봄 꽃이 핀 대검찰청 모습

▲ "플리바게닝 '퍼블릭' 지지가 관건…수사 편향 문제 해결해야"
검찰은 '플리바게닝'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지난해 12월 이원석 총장도 "플리바게닝에 대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플리바게닝 도입을 위해서는 '퍼블릭'(공동체)의 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플리바게닝'이 도입된 대부분 국가는 국민들이 검찰을 신뢰하고 그만큼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국민들은 법 감정상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감경해 주는 것' 자체에 의문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검찰이 '선택적 수사'로 제도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 우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검찰 스스로도 '퍼블릭'을 지지를 받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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