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취재후 Talk] 수자원공사 감사가 돈줄 관리?…公기관 감사 민낯 드러낸 '돈봉투 사건'

등록 2023.04.19 16:23

수정 2023.04.19 18:42

[취재후 Talk] 수자원공사 감사가 돈줄 관리?…公기관 감사 민낯 드러낸 '돈봉투 사건'

지난해 4월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한국감사협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협회 발행 감사저널에 표지인물로 실렸다.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무특보.
더불어민주당 전국원외위원장 협의회 회장.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동구지역위원회 위원장.'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영정보로 공시한 강래구 상임감사 주요이력이다. 상임감사는 예산 회계 관련 전문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이지만, 관련 이력 한 줄 임원정보에 올리지 못한 것이다. 강 감사는 검찰 소환조사 이튿날인 지난 17일 사직서를 제출해 수리절차가 진행중이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이 적어도 여의도에선 사라진 줄 알았던 금권선거의 망령을 재소환했다면 녹취파일 속 강 감사의 광폭행보는 공공기관 감사자리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식솔 '논공행상' 자리로 전락한 公기관 감사직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19일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를 재소환해 조사중이다.

지난 16일에 이어 사흘 만에 두번째 소환조사로 사안의 중대성과 강제수사 개시시점을 전후한 강 감사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자원공사 상임감사 자리는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 탓에 임원 순번도 기관장에 이어 두번째로, 지난해 성과급을 뺀 기본연봉만 1억원을 넘겼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엔 예산, 회계, 법무분야 전문성 없이 정치권 이력으로 상임감사로 선임된 인물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던 2021년 과거 강기정 의원실 보좌관이던 인사가 한전KDN 감사에 임명됐고,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지낸 인사가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공공기관 예산 집행과 공기업 경영활동을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 자리가 기득권 정치세력이 논공행상을 따져 식솔들을 챙기는 감사(感謝)용 자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부문 감사 출신 한 인사는 "대차대조표도 볼 줄 모르는 감사도 있다더니 실제로 그랬다"며 "대선 즈음 상임감사들 단톡방에선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대화들이 오갔을 정도"라고 했다.

●"강 감사가 보급투쟁"…檢, 감사협회 영향력도 따져볼 듯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강 감사간 휴대전화 녹음파일엔 "지금 강래구 감사님께서 엄청 보급투쟁에 애쓰고 계신다. 최일선에 계신다. 내가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강 감사는 1차 소환조사 당시 "대전 지역 사업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감사가 한국감사협회장도 맡고 있었던 만큼 자금 조달과정에 정치권 출신 감사 등에 영향력을 이용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공기업 감사 출신 인사는 "감사협회장은 사실 명예직이지만 정치권 출신이던 전임 회장이 강 감사에게 사실상 세습 형식으로 물려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며 "전자투표로 치러진 감사협회장 선거 전 강 감사가 동료 감사들에게 선물을 돌려 어리둥절했던 것도 기억난다"고 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