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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

등록 2023.05.16 21:51

수정 2023.05.16 21:59

"태양이여, 나를 비추지 마오…"

스페인어 노래 '돈데 보이'는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는 불법 이민자의 처절한 삶을 담고 있습니다.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전갈이 득시글거리는 텍사스 사막을 헤매며 연인을 그리워합니다.

멀리 땅끝 아르헨티나 에서부터 미국을 향하는 중남미 전역 밀입국자들은 멕시코 종단 화물열차에 무임 승차합니다.

지붕에서 떨어져 죽기도 하고 갖은 범죄에 위협받는 '죽음의 열차' 이지요.

"너는 무사히 미국에 도착할 거야. 그렇지만 신이 아니라 악마가 인도할 것이다" 

1972년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를 지진이 뒤흔들어 40만 인구 중에 만 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독재자 소모사는 세계가 보내온 구호 성금 20억 달러를 빼돌려 제 배 채우기에 바빴습니다.

7년 뒤 좌파 반군이 희대의 독재 재벌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린 건, 역사의 필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혁명군을 이끌었던 오르테가가, 그러나 16년째 희대의 좌파 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는 건 역사의 역설입니다.

니카라과를 비롯한 좌파 정부가 중남미에 잇따라 들어서는 '분홍 물결'이 일면서, 미국-멕시코 국경지대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밀입국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 66만 명이나 몰려왔다고 합니다.

밀입국자를 즉시 추방하는 트럼프 시대 '42호 정책'이 지난주 종료된 게 계기가 됐지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좌파 포퓰리즘에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살 길을 찾아 조국을 등지는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오르테가가 민주세력과 언론, 종교까지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사이, 니카라과 경제도 거덜이 났습니다.

지난 3년 동안에만 국민 여섯 명 중 한 명이 나라를 탈출했습니다. 차베스와 마두로 좌파 정권이 망가뜨린 베네수엘라를 떠나 유랑하는 난민은 720만 명에 이릅니다. 

아직은 먼 나라 일이긴 하지만 이 비극에서 우리 정치를 돌아봅니다. 우리 정치 역시 언제부턴가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으니까요.

민주당만 해도 '전 국민 천 만 원 기본대출'을 들고 나왔습니다. 은행 부당 이득을 대출자에게 돌려준다는 은행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 역시 미래 세대에 안기는 '세금 청구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정 준칙 제정은 뒷전이고, 지역 신공항 건설에는 여야가 다투어 찬성합니다.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현실화를 머뭇거리는 것 역시 내년 총선의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을 겁니다. 

4년 전 세계를 울렸던 이 사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다 숨진 아버지와 딸입니다.

'내 나라만 아니면 어디든 좋다'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신세가 처참합니다.

이 장면에서 우리 정치가 배워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두려움입니다. 미래 우리 아들 딸을 이런 처지로 내 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5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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