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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먼저 인간이 되었으면

등록 2023.05.17 21:50

수정 2023.05.17 21:54

"예금을 하려고요. 사은품으로 공짜 총을 주는 예금으로요"

계좌를 열면 총을 주는 은행에 찾아간 남자는, 다큐 감독 마이클 무어입니다. '무장할 권리'를 외치던 전미 총기협회 회장, 찰턴 헤스턴도 만납니다. 

"미국 역사는 피로 쓴 역사지요. 더는 답하지 않겠소"

감독은 헤스턴을 쫓아가며 총기 난사에 희생된 어린이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는 직접 얼굴을 내밀면서도 보편적 객관성을 확보해 관객에게 예리한 메시지를 들이밉니다. 유머와 풍자를 버무려 아카데미상과 칸영화제 대상까지 따냈지요.

그런데 현대사와 정치인을 다룬 우리 다큐 중엔 맹목적 미화 아니면 악의적 왜곡인 예가 적지 않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을 '하와이 갱', 박정희 대통령을 '뱀 같은 인간' 이라고 했던 좌파단체 영상물이 그렇습니다. 훨씬 더 악랄한 표현이 많지만 차마 입에 올릴 수가 없습니다.

베네수엘라를 거덜낸 좌파 독재자 차베스를, 공영방송이 '남미의 희망' '탁월한 리더'로 찬미하는 다큐를 내보내기도 했지요.

근래 들어서는 친야 진영의 정치인 다큐 영화 만드는게 유행처럼 되고 있습니다. 하긴 엄밀히 얘기하면 다큐라고 할 수도 없지요. 일방적 두둔과 미화로 화면을 가득 채웠으니까요.

그러더니 급기야 박원순 전 시장의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영상물까지 극장에 걸리게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터무니없는 2차 가해'라는 여론의 질타에도 아랑곳 않고 제작 발표회를 강행한 겁니다.

"2차 가해라는 것이, 1차 가해가 전제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예 성희롱 자체가 없었으니 2차 가해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궤변입니다.

감독은 앞서 "박 전 시장이 일방적 주장에 의해 성희롱범으로 낙인 찍혔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성희롱 사실을 밝힌 인권위 조사와 법원 판결은 무엇입니까? 이쯤되면 다큐는 커녕, 눈먼 지지자들의 막무가내 폭력이자, 한 인간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범죄입니다. 이런 영상물을 극장에 걸겠다는 후안무치를 어떻게 봐야 할 지 난감할 따름이고요.

두더지 게임에서 끊임없이 튀어 오르는 두더지 머리통 처럼 악착같이 머리를 내미는 것은 제작비를 대주고 관람해주는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또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습니다. 박 전 시장을 '맑은 분' 이라고 칭송하며 "임의 뜻을 기억하겠다"고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민주당입니다. 거기에다 여성 의원들은 '피해 호소인' 이라는 해괴한 호칭을 짜냈으니 이 침묵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마침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 분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추모도 좋고 예술도 다 좋은데, 인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5월 17일 앵커의 시선은 '먼저 인간이 되었으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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