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민주당의 자아 분실신고

등록 2023.05.24 21:51

수정 2023.05.24 22:28

"놈들은 당장이야 네가 필요하겠지. 하지만 쓸모가 없어지면 순식간에 내쳐버릴 걸"

조커가 배트맨에게 "너나 나나 같은 괴물" 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궤변은 때로, 화살처럼 위선자들의 정곡을 찌릅니다. 

"놈들이 말하는 도덕이니 규범이니 하는 건, 순 엉터리라고! 말썽이 나겠다 싶으면 손을 떼버리거든. 놈들은 세상이 허락한 만큼만 선할 뿐이야"

셰익스피어 '리어 왕'의 악당 에드먼드도 비슷합니다.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해보려고 어떻게든 핑계거리를 갖다대는 세상을 비웃지요. 

"우리는 일이 잘못되면 해와 달과 별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채근담에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 얻은 것이면, 숲속의 꽃처럼 뿌리와 잎이 절로 번성할 것' 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권력으로 얻은 것이면, 화병 속 꽃처럼 뿌리가 없는지라 금세 시들어버린다'고 했지요.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를 맞아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민주당이 '노무현의 유산'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도덕성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 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도덕성은, 민주당만이 아니라 어느 정당이나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요. 그런데 왜 굳이 도덕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존망까지 거론한 것일까요.

"코인 투자를 하는 국민이 6백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다, 이렇게 얘기할 건가요?" 

민주당 강경그룹 처럼회 멤버인 양이원영 의원이 "김남국 의원이 굉장한 마녀사냥을 당했다"면서 한 말입니다. 그 이틀 전에는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민주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했지요. 그러자 당 대변인이 나서 "도덕성만 따지다 만날 당한다"고 거들었습니다. 김 의원 탈당 직후 열린 이른바 '쇄신 의원총회' 에서 나온 '도덕 포기 선언' 들입니다. 

"어떤 당을 만들든지, 비례당이든지 뭐든 해서 반드시 김남국 의원을 다시 국회로 보내겠습니다"

손혜원 전 의원은 아예 신당 창당까지 주장하며 이렇게 김 의원을 찬양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도덕성을 독점 전유물이자 전가보도라도 되는 듯 내세워 왔습니다. 그러면서 늘 정의로운 척, 가난한 척 해 왔지요. 그러더니 이제는 거추장스러운 위선의 굴레를 벗어 던져버리자고 합니다. 하긴 도덕 운운하기가 차마 낯부끄러운 일들이 한 둘이었어야 말이지요. 이쯤이면 자기 부정이 아니라 자아 분실입니다.

그런데 국민은 분실물을 찾아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 '쇄신 의총'에서 돌려봤던 자체 여론조사에서 두 배 가까이가 "국민의 힘이 더 도덕적" 이라고 답했다니 말이지요.

5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민주당의 자아 분실신고'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