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취재후 Talk] '여성 접견에 주식·코인 투자 대행까지'…교도소 재소자 대상 수발업체 '전성 시대'

등록 2023.05.31 08:30

◆"재소자 수발 업체를 고발합니다"

어느 날 제보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제보자 A씨는 교도소나 구치소 재소자를 상대로 심부름을 해주는 '수발 업체'의 문제점을 토로했다.

'수발 업체'는 재소자에게 돈을 받고 입감 전 사회에서 처리 못한 일을 마무리하거나, 변호사 선임 등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기자에게도 생소한 업종이었는데,

제보자가 보낸 업체 광고 전단지와 수발 업체와 재소자들이 주고 받은 인터넷 서신의 내용은 다소 놀라웠다.

제보자는 합법인 수발 업체들의 부정적인 행위를 토로했는데, 주로 재소자들의 성적(性的) 욕구를 채워주거나 사행성 행위를 대신하는 것에 대한 성토였다.  
 

 

[취재후 Talk] '여성 접견에 주식·코인 투자 대행까지'…교도소 재소자 대상 수발업체 '전성 시대'
/출처: 제보자


◆"출소 빼고 다 해드립니다"


수발 업체들은 재소자에게 20~30만원을 받고 구직 사이트에서 모집한 여성이 접견하도록 하고, 성인 잡지도 넣어 줬다.

일부 업체는 AI 모델을 내세운 성인 잡지를 만들어 재소자들에게 팔기도 했다.

인터넷 서신이나 우편으로 로또 복권 구매를 대행하고, 주식과 코인 투자까지 대신했다.

자금은 지인 계좌에서 송금 받거나, 우표를 이용한 일명 '우표깡' 수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재소자들이 영치금으로 구입한 우표 수십만원 어치를 우편으로 수발 업체에 보내면, 수발 업체들이 액면가 보다 싼 값에 우표를 팔아 환전하는 수법이었다.

이같은 제보가 사실인지가 궁금했다.

실제로 교도소에서 복역했던 사람을 수소문 끝에 찾아내 "수발 업체를 아냐?"고 물었다.

"잘 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발 업체가 마련해준 접견장에 나가면, 찾아온 여성들이 재소자와 성적인 대화를 하고 신체 일부나 속옷까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수발 업체들이 SNS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집한 불특정 여성들의 사진도 반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복권이나 주식, 코인 투자 등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수발 업체는 출소 빼고 모든 걸 다 해준다"며 "(교정 공무원들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취재후 Talk] '여성 접견에 주식·코인 투자 대행까지'…교도소 재소자 대상 수발업체 '전성 시대'
/출처: 제보자


◆교정 공무원 "우리는 재소자와 수발 업체의 심부름꾼"


교도소나 구치소에 있는 교정 공무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취재 결과, 교정 공무원들은 속이 터지지만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교묘하게 불법의 경계선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었다.

수발 업체가 보낸 여성이 접견을 하면서 몰래 신체나 속옷을 보여주는 순간을 잡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상 유해간행물이 아니면 성인 잡지 반입을 금지할 수도 없다.

복권이나 주식, 코인 투자 대행도 이를 금지하는 법조항이 없다.

한 교정 공무원은 "우리는 재소자와 수발 업체 사이의 심부름꾼이다. 제대로 전달 안하면 수발 업체들이 인터넷 서신에다 욕을 한다.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했다.

수발 업체측은 어떤 입장일까?

광고 전단지를 뿌린 업체에 전화를 했다.

접견하는 여성은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모집하는데, 시간 당 10~15만 원을 주고 고용한다고 밝혔다.

나름 고액 아르바이트라 여성들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성인 잡지 반입은 매우 쉬운 일에 속하고, 복권이나 주식, 코인 투자 대행도 전화나 인터넷 서신으로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발 업체 대표는 또 "모든 일이 합법이기 때문에 법무부도 우리를 건들지 못한다"며 "법무부가 금지한 거 말고 다 넣어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했다.

 

[취재후 Talk] '여성 접견에 주식·코인 투자 대행까지'…교도소 재소자 대상 수발업체 '전성 시대'
/출처: 제보자


◆교정시설 재소자 인권 강화 이후 봇물


일련의 취재 과정에서 든 생각은 '이런 환경에서 재소자들의 교정이나 교화가 가능할까',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였다.

2018년 대구고등법원의 '영치품 사용불허처분 등 취소소송' 판결문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당시 경상북도의 한 교도소에서 강간 등 상해죄로 복역하던 재소자가, 교도소장이 성인 잡지 교부를 불허한 것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교도소장은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교부를 불허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재량권 일탈과 남용으로 봤다.

음란성의 범위를 폭넓게 봐 재소자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며 성인 잡지를 교부하라고 판결했다.

한 교정 공무원은 "이 판결 이후 성인 잡지가 교도소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법무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 1인당 반입 도서를 하루에 5권으로 늘린 이후에는 더욱 폭발적이었다고도 설명했다.

재소자와 지인들의 전화 통화를 늘리고, 인터넷 서신도 허용하면서 수발 업체들의 전성 시대가 도래했다.

일부 교정 공무원은 "교정 시설에서는 교정·교화 목적으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데, 이래서 무슨 교정이 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취재후 Talk] '여성 접견에 주식·코인 투자 대행까지'…교도소 재소자 대상 수발업체 '전성 시대'
/출처: 법무부


재소자들의 기본권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100% 정상적인지 의문점도 든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궁금했다. 결론은 아니었다.

국민의 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에 형집행법 개정안을 냈다.

교도소장이 범죄 충동을 줄 수 있는 내용 등 수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구독 제한이 필요한 신문 등의 구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에도 주식이나 복권 구입, 코인 투자 등 사행성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 법안 마저도 국회 법사위에 2년째 계류 상태다.

◆법무부 "법이 없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법무부는 이같은 수발 업체의 '활약상'에 대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는 무조건 법과 규정과 원칙에 의해서 해야되는데 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국의 수발 업체는 80여 곳으로 추정된다.

범죄자의 교정과 교화를 위해 인권을 제한하는게 맞는지, 재소자의 인권 보장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등 제대로 된 논의와 사회적 합의, 명확한 법규정 제정이 시급하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