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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법원도 인정한 쌍방울 대북송금…北 김정은도 알았다는데 이재명은 몰랐나

등록 2023.05.31 11:43

수정 2023.05.31 13:00

[취재후 Talk] 법원도 인정한 쌍방울 대북송금…北 김정은도 알았다는데 이재명은 몰랐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북한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 /조선DB

‘3대 대북 브로커’. 경기도 관계자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쌍방울, 경기도와 북한을 연결해 준 안 회장의 1심 선고가 지난 23일 있었습니다.

안 회장이 받아 든 결과는 징역 3년 6개월이었습니다. 북한에 미화 21만 달러, 중국 돈 180만 위안을 보냈다는 대북 송금 혐의와 12억 원대 보조금 횡령 혐의 등이 모두 인정됐습니다. 무죄가 난 건 증거인멸 단 하나였습니다.

 

[취재후 Talk] 법원도 인정한 쌍방울 대북송금…北 김정은도 알았다는데 이재명은 몰랐나
수원지방법원 외경 /연합뉴스

■법원도 인정한 쌍방울 대북 송금

안 회장의 1심 판결문은 앞으로 이어질 쌍방울 대북 송금 재판의 예고편 같았습니다. 61장에 달하는 판결문 곳곳에 쌍방울이 실제로 북한에 거액을 전달했다는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법원은 안 회장이 지금 환율로 6억원이 넘는 돈을 북한에 전달했다고 인정했습니다. 2018년 12월 ‘천안함 폭침 주범’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미화 7만 달러, 2019년 1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미화 14만 5,040달러와 중국 돈 180만 위안을 지급했다는 겁니다.

법원은 2019년 두번째 대북송금은 안 회장이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부회장과 함께 벌인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대 대북브로커’였던 안 회장이 쌍방울과 아태위의 경협 합의서 작성을 주선했고, 대북사업 우선권을 따내기 위해 돈을 건넸다는 겁니다. 미화 14만 달러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이 직접 건넸다고도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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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본사 외경 /TV조선 화면 캡쳐

■판결문에 담긴 ‘스마트팜 대납’ 약속

판결문에는 쌍방울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 50억 대납’을 약속했다는 점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18년 10월 방북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 지원을 약속했지만, 지원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북측에서 항의했고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신 내주기로 약속했다는 겁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회장이 이듬해 1월과 4월 실제로 북측에 500만 달러를 전달했습니다. 판결문에 나오지는 않지만 같은 해 11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대가로 300만 달러를 전달한 사실도 밝혀내 재판에 넘겼습니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영수증까지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스마트팜 50억 약속’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로 현금이 건너갈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50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하냐”는 겁니다.

 

[취재후 Talk] 법원도 인정한 쌍방울 대북송금…北 김정은도 알았다는데 이재명은 몰랐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北 김정은에도 보고됐는데…이재명·이화영은 몰랐다?

“쌍방울 대북 송금을 국정원에 자세히 보고했다.” 지난 9일 안 회장이 법정에 나와 이렇게 증언하자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검찰이 확보한 2급 기밀 문건에는 ‘이화영의 50억 지원 약속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보고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도 보고 받았다는 내용을 경기도 사람들은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도정의 최고 책임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일축했고, 이화영 전 부지사도 “쌍방울의 대납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쌍방울 측 입장은 다릅니다.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측근인 이화영 전 부지사를 믿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겁니다. 재판에 나온 쌍방울 관계자들은 “당시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재명 지사의 대통령 당선을 기대하고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취재후 Talk] 법원도 인정한 쌍방울 대북송금…北 김정은도 알았다는데 이재명은 몰랐나
수원지방검찰청 외경 /TV조선 화면 캡처

■이화영의 ‘모르쇠’…檢, 어떻게 뚫을까

검찰은 이화영 전 부지사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해 주 2회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쌍방울에 대북사업과 관련된 청탁을 받고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내게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개입 여부도 수사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 대표는 김성태 전 회장과 여러 차례 통화하고, 각자 모친상에 측근을 보내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 사이 연결고리가 드러난 만큼 쌍방울의 대북 송금을 알았는지 확인해 봐야 할 겁니다.

이 대표까지 수사가 진전되기 위해 거쳐야 할 난관이 이화영 전 부지사입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북 송금의 이화영은 대장동의 김용, 정진상과 같다. 이화영이 입을 열지 못하면 이재명 대표까지 수사가 나아갈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검찰이 쌍방울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건 지난해 6월.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변호사비 대납’과 ‘수사 기밀 유출’, ‘횡령 배임’을 지나 이제 사건의 정점인 ‘대북 송금’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모르쇠'를 뚫어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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