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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남국의 바다

등록 2023.05.31 21:49

수정 2023.05.31 21:51

시저의 아내가 남편이 살해되는 악몽을 꿉니다. 그녀는 시저에게 "원로원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합니다. 그러자 시저가 말하지요. "겁쟁이는 죽음을 맞기 전에 몇 번씩 죽지만, 용감한 자는 단 한 번의 죽음을 맛보는 법이라오"

노벨상 수상 작가 아스투리아스의 대표작 '대통령 각하'에서 독재자의 심복이 정적 카날레스 장군에게 망명을 권합니다. 하지만 장군은 거부합니다. "도망치는 것은 유죄라고 고백하는 것이 되는데, 그럴 수는 없다"고 하지요.

정조가 아끼는 신하 정약전을 불러 넌지시 귀뜸합니다. "버티는 것이야. 사방에서 칼이 들어오고 오물을 뒤집어써도 버텨 내는 것이야" 하지만 '개구멍에 망건 치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닌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망건으로 개구멍을 막아보려다간 비싼 망건까지 망가진다는 얘기입니다.

'길을 무서워하면 범을 만난다'는 속담도 있지요. 이 말 역시 겁쟁이가 겁을 낼수록 결국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처음에 당 진상조사를 요청한 게 바로 저였습니다. 피하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탈당이 결코 피하는 게 아니라던 김남국 의원이, 열이레 동안 의정활동도 팽개친 채 잠행했습니다. 어제 열린 본회의에서도 그의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국회 의원회관에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처음 자기 주장대로 불법은 없었으면 왜 숨어요?" 유급 청원휴가를 냈으니까 그동안 국민 세금 7백 28만 원 가량을 공짜로 타먹은 겁니다. 그런데 3년 전 의원 수당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앞서 했던 말은 이랬습니다. // "의회 회기에 불출석 하고, 회의에 불출석 하는 의원들은 세비 삭감하고 징계하고…" 그렇다면 무노동 임금부터 토해내는 게 그나마 최소한의 도리일 겁니다.  

국회는 어제 김 의원 징계를 논의하는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 열었습니다. 이른바 코인 게이트가 불거진 게 지난 5일이니까 근 한 달 만에 첫발을 뗀 것이지요. 민주당이 여론에 밀려 뒤늦게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한 뒤로도 2주가 걸렸습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김 의원 제명을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3년 사이 쌓인 징계안 서른여덟 건부터 처리하자며 딴소리를 합니다. 설사 제명에 합의한다 해도 의석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필요한 본회의 표결에서 순순히 동의할지는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민주당은 4년이 돼 가도록 '조국의 강'도 깨끗하게 건너지 못한 채 어물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눈앞에 펼쳐진 '남국의 바다'는 건너볼 뜻이 있기나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물거릴수록 남국의 바다는 점점 깊고 넓고 험해질 텐데 그 땐 또 어떻게 할런지요.

5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남국의 바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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