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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떨어진 내성적인 엄마의 성장기

등록 2023.07.08 18:04

수정 2023.07.10 11:33

낯선 곳에 떨어진 내성적인 엄마의 성장기

/책이라는 신화 제공

“가끔씩 이런 상상을 했다. 낯선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내 모습을…. 그러던 어느 날 막연한 동경이 기회로 다가왔을 때, 남편과 나는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모험을 감행했다.”(‘미국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미국처럼 가깝고도 먼 나라가 있을까. 유학이든 여행이든 이민이든 한번쯤 미국행을 꿈꿔보지만 비자며 생활비, 언어 등 미국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그런데 여기,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꾸려 떠난 여성이 있다. 그것도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저자는 미국에서 일하게 된 남편을 따라 뉴욕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한다. 현실은 불을 켜면 바퀴벌레 흩어지는 소리가 먼저 반겨주는 집. 그곳에서 ‘맨 땅에 헤딩하듯’ 낯선 곳에 적응해 나간 이야기가 이웃집 언니의 다정한 말처럼 친절하게 펼쳐진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기 엄마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거는 일부터, 슈퍼마켓 주부모니터에 응모해 최우수상으로 100달러 상품권과 휴양지 무료 이용권을 받은 일. 한국에서 익힌 영어 실력으로 여행사로, 가발회사로 면접을 보러가 좌충우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일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저자는 동부와 서부의 교육제도를 모두 경험했다. 딸 둘을 어릴 때는 뉴욕에서, 학창 시절엔 ‘미국의 강남’으로 불리는 어바인에서 키웠다. 극성스러운 사교육 없이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UC어바인’에 자녀를 보낸 비결이 궁금하다면 참고할 만하다.
무엇보다 내성적인 성격에 번듯한 집도, 유창한 영어 실력도 없었던 이 한국인 아줌마의 진짜 저력은 ‘삶에 대한 긍정’이다. 예측 불가의 순간을 “인생의 멋지고 신기한 기회들”로 부르는 저자. 이 책엔 그런 저자의 성장기가 차곡차곡 담겨 있다.
아쉬운 점은,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뉴욕과 어바인의 부동산 등 비용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림 그리듯 생생한 글은 좋지만, 사진이 있다면 더 좋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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