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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 "서울을 세계 미식의 수도로"

등록 2023.07.24 15:00

수정 2023.07.24 16:23

지난 5월 31일, 경북 영주시의 전통장 제조업체 만포농산. 이곳을 찾은 푸른 눈의 외국인 30여 명은 만포농산에 들어서자마자 마당에 놓여 있는 1000여 개의 장독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장독대에 들어 있는 간장, 된장 등을 직접 손으로 찍어 맛보며 ‘한국의 맛’에 심취했다. 이날 만포농산을 찾은 외국인들은 미슐랭 3스타 셰프들과 미국 피자 챔피언들. 난생 처음 맛보는 장맛에 푹 빠져버린 그들은 제조과정까지 세심히 물어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을 경북 영주시로 초대한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콘텐츠사업국장을 만나 봤다. 정 국장은 2023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을 반년 가까이 기획하고 추진했다.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 '서울을 세계 미식의 수도로'
정석영 TV조선 보도본부 콘텐츠사업국장이 ‘2023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미슐랭 3스타 셰프들에게 한국 전통장을 맛보게 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신 겁니까?
A: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전통 소스로 불리는 간장, 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자연 친화적 음식입니다. 인공적인 감미료나 향료를 넣지 않고 수년 동안 천천히 발효시켜 얻은 장은 서양에서도 ‘슬로우 푸드’란 용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K푸드를 세계에 널리 알릴만한 한국 음식을 생각하다 전통장이 떠오른 것입니다. 특히 간장은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 사용될 뿐 아니라 맛도 그윽하고 깊어 서양 요리에도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장이라고 하면 일본 장이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의 장도 점차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식 장을 사용하는 해외 식당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날 만포농산에서 수십년 된 간장 맛을 본 벨기에의 미슐랭 3스타 셰프 팀 부리는 “지금이라도 고향에 간장을 가져가 요리할 때 소스로 사용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정 국장의 말대로 한국의 장이 푸른 눈의 해외 셰프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이다.

Q: 당일 해외 셰프들에게 점심으로 대접한 사찰음식도 매우 호응이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한국 음식 중 왜 사찰음식을 대접할 생각을 하셨는지요?
A: 사찰음식이야말로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셰프들이 한국에 오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한국의 식재료입니다. 외국의 식재료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셰프들은 한국만의 맛을 표현하는 것은 한국의 식재료라 생각하고 노량진 수산시장과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식재료에 그들은 영감을 받는 것이죠. 그래서 최소한의 양념으로 식재료 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요리가 사찰 음식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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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만포농산에서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합장한 후 정관 스님(백양사 천진암)이 만든 사찰음식을 맛보고 있다.

정 국장은 이번 행사를 주최하면서 ‘자연’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우리의 혀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은 과도한 양념이 아닌 재료만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식에 곁들어 마시는 한 잔의 와인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 정 국장의 생각이다. 정 국장은 와인의 발상지인 조지아에서 자연산 와인까지 공수해왔다.

Q: 조지아 와인은 일반 와인과 어떤 점이 다른지요?
A: 일반적으로 와인은 오크통에다 넣어 발효시킵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푸드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조지아 와인은 토기에 와인을 넣은 뒤 땅속에 묻어 발효시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 나라 장독대에 와인을 넣은 뒤 땅에 넣어 발효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이 인류가 처음 와인을 만들어 마실 때의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번 서울푸드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조지아 와인의 주재료인 포도 역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수천년 전 인류가 와인을 처음 만들었을 때 자연스러운 방식 그대로 만든 것이죠

이탈리아, 프랑스, 칠레 와인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조지아 와인은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학자들은 조지아를 와인의 발상지로 보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은 2017년 보고서를 통해 기원전 약 8000년 전 조지아에서 와인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 와인은 기존의 '오크통'이 아닌 '크베브리'라는 커다란 전통 항아리를 땅에 묻어 제조한다. 백포도주도 기존 포도주처럼 포도의 껍질을 깐 뒤,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포도 알맹이 그 자체로 만드는 자연 그대로의 와인이다. 유네스코는 2013년 이 와인 양조법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Q: 지난해와는 달리 미국 피자 챔피언들도 방문했습니다. 그들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A: 올해 목표는 음식 각 분야의 최고봉들을 데려와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슐랭 3스타 셰프들이 만드는 파인다이닝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피자란 음식에 주목했습니다. 이번에 서울푸드페스티벌을 방문한 피자 챔피언들은 미국 피자대회에서 우승한 쟁쟁한 실력파들입니다. 이들에게 산나물 같은 한국산 식재료로 피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피자 챔피언들은 나물뿐 아니라 고추장 등을 이용해서 창의적인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서양의 맛과 한국의 맛이 절묘하게 어울린 피자에 잠수교에서 열린 행사를 찾아주신 시민분들도 맛있다고 칭찬을 많이 하셨습니다.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 '서울을 세계 미식의 수도로'
서울 용산구의 한 레스토랑에서 미국 피자 챔피언 레아 스크루토(우), 니콜 빈(가운데), 라스 스미스(좌)가 한국의 재료를 이용한 피자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의 ‘대중화’에 힘을 쏟은 정 국장. 그는 올해도 제주도 골목식당에 미슐랭 3스타 셰프를 데려갔다. 정 국장은 왜 가장 서양적인 요리를 하는 셰프를 가장 토속적인 한국 음식점에 데려간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Q: 미슐랭 3스타 셰프가 제주도 골목식당을 방문했는데요, 왜 데려가신 겁니까?
A: 다년간 행사를 열다 보니 외국 셰프들은 우리나라의 제주도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셰프들은 특히 해녀들이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전복과 미역 등 수산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제주산 식재료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식재료를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식재료를 이용해 미슐랭 셰프들이 직접 레시피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제주산 식재료를 이용해 레시피를 만들어 지역 식당에 제공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권유했고 셰프들 역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제주 골목식당을 위한 사회공헌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미슐랭 셰프들이 제주산 식재료로 개발한 요리들이 여러개 생겼습니다.

TV조선 서울푸드페스티벌은 내년이면 10주년을 맞는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할까.

"내년에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국내 젊은 셰프들을 많이 발굴해 볼 생각입니다. 결국 그들의 열정이 K푸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또 서울을 세계적인 미식의 수도로 만들기 위해 ‘음식, 레스토랑 업계’의 오스카상인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Top 50’도 서울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음식이 문화고 문화가 곧 음식입니다. 서울푸드페스티벌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적 힘이 한층 더 강화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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