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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靑 요청' 두렵다던 전경련…환골탈태 선언하며 관료 영입?

등록 2023.08.08 22:12

수정 2023.08.08 22:27

[취재후 Talk] '靑 요청' 두렵다던 전경련…환골탈태 선언하며 관료 영입?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청와대가 4대 그룹에 소통이 안된다 하면 전경련 CEO를 그만둘 수 밖에 없어서…."

2017년 2월 특검에 소환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내놓은 진술이라 한다. 당시 질문은 왜 전경련이 청와대 요구에 끌려다녔는지였다. 법조계를 떠돌던 6년 전 특검 수사 당시 일화가 다시 떠오른 건 전경련 새출범 소식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꿔 다는 '새 전경련'은 상근부회장이 특검 조사실에 앉고서야 털어놓았던 속사정에서 자유로워졌을까.


●前 전경련 부회장 "위증죄 처벌보다 靑 요청이 더 무서웠다"

국정농단 취재 당시 이 전 부회장은 상대하기 힘든 취재원이었다. 휴대전화는 통성명 직후 수신거부됐고, 출퇴근길은 물론 점심시간 전후도 외부일정을 이유로 취재진을 따돌리기 일쑤였다.

훗날 안 일이지만, 이 전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기업출연금 모금 관련 TV조선 첫 보도 이후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1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리조리 답변을 피해다녔던 그가 그나마 솔직했다고 느껴졌던 건 2017년 헌법재판소 증인 출석과 특검 조사 과정이었다.

이 전 부회장은 2017년 1월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당시 모금이 자발적이었다는 기존 진술이 위증죄 처벌보다 청와대 요청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이후 특검에 재소환된 이 전 부회장은 안 수석 요구로 허위진술했음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현명관 전 전경련 부회장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했다고 한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청와대에 찍혔는지 (현 부회장을) 들어오지 말라고 했고, 들어오더라도 대통령 안보이는 각도에 앉으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결국 연임 못하고 나갔는데 저도 (청와대에 찍히면) 전경련 CEO를 그만두게 될 수 있고, 조직 신뢰도 떨어질까 염려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상근부회장 스스로 존재 이유가 권력자 앞에서 재계를 대변하는 대관창구 역할에 맞춰져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었다.


●관료 출신 상근부회장 영입설에 재계 '부글'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초대 한국경제인협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정통성 있는 옛 간판으로 바꿔달고 새출발하겠다는 건데, 상근부회장으로 외교통상부 출신 인사 영입설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김병준을 상근 고문으로 둔다는 것도, 새로 관료 출신을 부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것도 너무나 자주 보던 구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장미 대선이 치러진 뒤 전경련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여의도공원 전망을 자랑하던 넓디넓은 사무실은 축소에 축소를 거듭해 빈자리 투성이었고, 그토록 만나기 어려웠던 이승철 부회장은 역대 부회장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사라졌다.

"1년 전보다 많이 마른 것 같다"는 기자의 인삿말이 거슬렸던지 잠시 쏘아보던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지금 안 마른 사람이 있음 문제가 있는 사람이죠"라고 눙쳤다.

"공식적으로 패싱당하다보니 힘들어지고 있다"는 뼈있는 농담도 있었는데, 실제 이후 존폐 기로로 밀려나게 됐다.

새 수장으로 거론되는 류진 회장에게 오는 22일 이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승철 전 부회장을 한번 만나 이 질문을 던져보라 권한다.

"자넨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 4대 그룹이 돌아와도 될 만큼 지금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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