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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의 한마디] 양념이 독이 되는 순간

등록 2023.10.27 20:13

수정 2023.10.27 20:30

[앵커]
1966년 중국은 마오쩌둥을 지지하는 학생조직, 즉 홍위병의 세상이었습니다. 1100만 명에 육박했던 홍위병은 문화대혁명에 걸림돌이 되는 지식인과 공산당 간부들을 모조리 제거했는데, 2대 주석이었던 류샤오치마저 그들에게 고문한 뒤 비참한 최후를 맞았습니다. 수정주의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덩샤오핑까지 타깃이 됐을 정도니 홍위병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출처: 유튜브 '시사급발진'
지난 24일, 이원욱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아니, 어떻게 이재명 당대표 사진은 하나도 안 붙인 거야? 당대표 사진 하나 없는 게 이게, 니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이냐! 한 번만 더 이원욱 TV 나가서 X소리하면 진짜 개처럼 물어줄테니까 준비하고 얘기하라고 하십시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지지층의 폭력이 살해 협박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총알을 언급하며 처단하겠다고 한 바로 이 현수막은 그들의 정신세계가 어느 수준에 가 있는 지 극명하게 보여주죠.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습니다. 최근 전현직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죠. "나도 통합을 말했다가 문자폭탄을 받았다. "그들은 하나의 놀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 당사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라는데 이 대표는 그 심각성에 조금도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죠. 이 말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념 발언과 오버랩됩니다.

문재인 前 대통령 (2017년 4월 MBN '뉴스8')
(문자폭탄은) 저는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고요.

현재의 민주당은 개딸들의 행패로 다름이 공존할 수 없는 교조주의로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은 개딸들의 행동이 자신의 입맛을 돋우는 양념 쯤으로 느낄 지 모르겠지만, 피해 당사자들은 정적들을 무참히 제거하는데 동원됐던 홍위병을 떠올립니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마저 '양념 바이러스'에 감염돼 더 거칠고 공격적인 말들로 정치권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지지층을 결집시킨 뒤 중도로 나가는 게 선거의 기본 전략이라곤 하지만 결집에 쓰는 양념이 정당 민주주의를 흔드는 독약이라면 그 부작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의 원로 정치인 유인태 전 의원조차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문 전 대통령의 '양념 발언'을 꼽았습니다. 지도자가 양념 맛에 취하면 어떤 약으로도 그 양념의 독을 빼낼 수 없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요?

오늘 앵커의 한마디는 '양념이 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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