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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의 한마디] 홍준표와 이카로스

등록 2023.10.31 19:31

수정 2023.10.31 19:40

[앵커]
2009년 나온 '변방'이라는 책입니다.
현대조선소 비정규직 경비원의 아들로 태어난 홍준표 대구시장이 어떻게 검사가 됐는지, 또 정권 실세와 선배 검사들까지 잡아 넣은 슬롯머신 사건 이후 4선 의원이 된 과정까지를 그린 자서전입니다.

철저한 비주류였던 인간 홍준표를 정치의 중심으로 끌고 온 건 다른 아닌 변방 DNA 덕이었다고 자평했습니다. 늘 옳은 말로 권력을 견제하던 그의 성품이 정치인 홍준표를 만들었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대선 때 당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뒤 다시 변방으로 내려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수해 골프로 많은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도 반성하지 않았죠.

홍준표ㅣ대구시장 (지난 7월)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개인활동 하는 겁니다.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 그런다고 해서 내가 무슨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입니까?

경북에서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났는데도, 주말에 골프도 못치냐며 되레 큰소리를 치다 결국 당으로부터 징계까지 받았죠.

그 이후에도 당 일에 감 놔라 배 놔라하며 훈수를 두다 주류 당원들의 미움을 자초했습니다.

그런데도 인요한 혁신위는 당 화합 차원에서 그의 사면을 1호 안건으로 공식 건의했는데, 정작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홍준표|대구시장 (어제)]
단순히 징계 취소해 버리면 될 걸 '대사면' 운운하고, 어떻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말을… 난 거기에 관심도 없고, 거기에 연연하지도 않아요.

그러면서 SNS에는 "내년 총선 이후 새로운 세력과 함께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썼습니다. 당 주류가 총선에서 실패하면 변방의 장수인 본인이 주도권을 쥐게 될 거란 노골적인 사심으로 읽히기에 충분합니다.

"징계받은 게 앞으로 정치역정에 큰 도움이 될 거"란 대목에선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오만함이 엿보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현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된다면 홍 시장이 기대하는 반사이익도 크진 않을 겁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홍 대표가 대선후보로 참패한 것을 벌써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홍 시장은 한 인터뷰에서 "모래시계의 원래 제목은 '이카로스의 날개'였다"며 "권력에 대한 과욕을 부리면  추락한다"고 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는 태양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하늘 높이 날다 날개가 떨어져 최후를 맞게 되죠.

지금은 홍 시장 스스로가 자신의 말을 되새길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앵커의 한마디는 '홍준표와 이카로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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