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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의 한마디] 200석의 함정

등록 2023.11.03 19:14

수정 2023.11.03 19:19

[앵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는 반대 세력을 제압하고 원하는 걸 얻게 해주는 권능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절대권력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걸 깨달은 주인공 프로도는 용암의 불길 속에 절대반지를 던져 버립니다. 실제 세상에서도 절대권력은 스스로에게 함정이 돼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되죠.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에서 200석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KBC '여의도 초대석'
정동영|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지난 1일)
수도권 백 스물 몇 개 의석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출처: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이탄희|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일)
연합 200석 만들어주시면 그 안에서 맏형 노릇을 하겠습니다, 저희도 변하겠습니다.

[앵커]
조국 전 장관도 "국힘 이탈 보수세력까지 다 합해 200석이 되길 희망한다"고 썼습니다. 전체 의석의 3분의2에 해당하는 200석은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의석수죠.

모든 법안처리와 개헌은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까지 독자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재의결을 통해 무력화시킬 수 있죠. 국회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등도 야당 뜻대로 할 수 있습니다. 21대 의회의 거대야당 독주를 뛰어넘는 의회독재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물론 야당이 이런 희망을 갇게 된데는 현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큽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많은 국민의 분노를 불러오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200석을 꿈꾼다는 건, 거대야당의 횡포보다, 정부 여당의 독선이 더 싫다는 민심의 반증이기도 하죠.

다만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실정, 각종 통계조작과 돈봉투 경선, 그리고 대표의 사법리스크까지. 뭘 잘했다고 200석을 이야기 하는 지 모르겠지만, 오만함으로 비처질 이런 발언들은 중도층의 심판을 자초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찬 전 총리의 20년 집권 발언이 5년만의 정권교체를 불러온 것도 같은 맥락이었죠.

다시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돌아가 보죠. 절대반지에 집착하다 추악한 모습으로 최후를 맞는 건 바로 골룸이었습니다. 아무런 반성 없이 절대권력을 쫓는다면 여든 야든 냉엄한 심판을 피해가기 어렵지 않을까요.

오늘 앵커의 한마디는 "200석의 함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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