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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판사판 막무가내

등록 2023.12.11 21:52

수정 2023.12.11 21:59

"다들 그걸 포크 샐러드라고 하지요. 그건 포크! 샐러드!"

엘비스 프레슬리의 매력이 폭발하는 '포크 샐러드 애니'입니다. 흥겹게 5분을 이어가는 가사는 그러나, 기괴한 장광설입니다. 

애니의 할머니는 악어에게 잡아먹혔고, 어머니는 감옥에 있답니다. 소녀는 '포크 샐러드' 라는 풀을 따다가 근근이 먹고 살지요.

'장광설', '길고(長) 넓은(廣) 혀(舌)' 라는 뜻입니다. 흔히 '쓸데없이 늘어놓는 말' 이라는 의미로 쓰지요.

그런데 이렇게 소동파가 부처를 찬미한 시 첫 줄에 등장합니다. 원래 '부처의 유장한 설법'을 가리키거든요.

'횡설수설'도 '경전을 가로(橫)로, 세로(竪)로 통달해 설법한다'는 말인데, '조리 없이 지껄이는 소리' 쯤으로 통용되지요.

'이판사판' '야단법석'도 불교 용어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황당한 어록을 끊임없이 남기며 좌충우돌하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보며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나를 빨리 조사해달라"며 3주 가까이 시위까지 했던 송 전 대표가 맞습니까? 그렇게나 자기를 조사해 달라고 외치다가 막상 소환되니까 입을 닫았다는 사실에 초현실적인 황당함을 느낍니다.

그런 그를 떳떳하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열세 시간 조사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했다니 대단한 뚝심이긴 합니다. 세 시간 동안 삼백세 차례 진술 거부를 한 조국 전 장관을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송 전 대표는 이날도 "검찰의 정치적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뇌물혐의를 수사하다가 휴대전화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일입니다.

어디 그 뿐입니까? 돈 봉투 관련자들이 돈을 주고받았다는 법정 증언이 잇따랐고,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네 명이 법원 판단에 따라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송 전 대표의 말이 가관입니다. "전당대회가 당내 잔치인데 그 정도 액수를 가지고 수사하느냐"고 했습니다. 돈 봉투 혐의를 받는 금액만 9천4백만 원이고, 여기에 수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또 있는데 '그 정도 액수' 라니요?

그리고 핵심은 그게 아니지요.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당한 경쟁에서 돈으로 누군가를 매수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범죄행위라는걸 몰랐을까요? 본인 스스로가 "단 한번에 사법시험을 합격했다"고 자랑했던 분인데 말이지요.

파리에서 돌아와 인천공항에 내린 그가 한 여성으로부터 받았던 쪽지랍니다. '자등명 법등명' 석가가 열반에 들기 전 남긴 마지막 유훈이지요. 밖이 아무리 밝아도 눈을 감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법, 스스로 등을 밝혀 떳떳하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허망한 다변과 궤변의 울타리를 둘러치고서 눈 크게 뜨기를 거부하는 그가 안타깝다 못해 짠합니다.

12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이판사판 막무가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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