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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황금보다 빛나는 동전

등록 2023.12.13 21:52

수정 2023.12.13 21:54

성전에 헌금하는 부자들 사이에서, 행색 초라한 과부가 동전 두 닢을 헌금함에 넣습니다. 그 모습을 예수가 지켜보며 말씀합니다.

'내가 진실로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가난한 여인이 마지막 지닌 동전 한 닢으로 초파일 등을 마련해 부처에게 바쳤습니다. 그날 밤 비바람에 모든 화려한 등이 꺼졌지만, 여인이 바친 등 하나만은 오래도록 어둠을 밝혔지요.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의 창업자 로베르트 보쉬는 손이 컸습니다. 1차대전 직후 자선한 돈만 천만 마르크에 이르렀습니다. 그가 기계 아래 좁은 틈에 떨어진 동전 한 닢을 애써 끄집어내 공장장에게 자랑했습니다.

"이게 1마르크의 2년치 이자라네."

거상(巨商) 강태원은 아끼고 아껴 모은 수백 억 전 재산을 기부하며 "오늘 밤 잠이 잘 오겠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엔 5원 동전이 하수구에 빠지자 토관을 들어내고 맨홀까지 들어가 30분을 뒤졌다고 하지요.

시인이 구세군 자선냄비에 동전을 넣습니다. '동전을 던져 쨍그랑 소리가 나면, 자선이 하늘에 상달(上達)하는 소리라기에…'

기독교적 충만을 노래한 시인 김현승은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사랑의 동전 한 푼, 내 맑은 눈물로 씻어. 내 마음의 빈 그릇에 담아 드리리니… 이 세상의 모든 황금보다도 더욱 풍성하게 쓰이리니.'

큰 베풂만큼이나 작은 나눔도 소중합니다. 가진 여유 없어도 가난마저 쪼개는 청빈의 마음이니까요.

지난주 부산 모라3동 행정복지센터에 70대 어르신이 동전 봉지를 수줍게 내밀었습니다. 지난 4년 매일 모은 28만 7천 7백 50원 이었습니다. 이분은 기초생활수급자 였습니다. "TV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태백 상장동 센터에 60대 후반 어르신이 LPG 통을 메고 왔습니다. 위쪽에 동전 투입구를 뚫은 대형 저금통은 19만 원에 이르는 10원 동전으로 가득했습니다. 어르신 역시, 익명을 원한 기초 수급자 였지요.

지난 10월 천안에서는 70대 수급자가 평생 모은 2천만 원을 내놓았습니다. 부산에는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일곱 차례나 몰래 놓고 가는 분도 있습니다. 많든 적든, 어렵게 사시는 분들의 기부가 잇달고 있습니다. "조금 덜 입고 덜 먹으며 다른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그리도 편할 수가 없다"는 분들이지요. 

옛말에 '내가 남을 사랑하면 남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나눔이란 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이기에 받는 사람, 주는 사람 모두가 행복합니다.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12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황금보다 빛나는 동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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