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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빈손 퇴장' 공수처장의 허무개그…"일할 여건 만들고 떠나"

등록 2024.01.17 11:29

수정 2024.01.17 15:26

[취재후 Talk] '빈손 퇴장' 공수처장의 허무개그…'일할 여건 만들고 떠나'

/출처: 공수처TV

초대 수장의 퇴임 한 달 전인 지난달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소셜네트워크에 동영상 두 편을 공개했다. 우리말과 영어로 된 소개영상이었다. 진행자로 나선 김진욱 처장 옷깃엔 연구용역비만 5000만원을 들인 공수처 상징 배지가 반짝였다. 재작년 5월 "스마트 회의를 하겠다"며 대당 492만원씩 1476만원을 쓴 전자칠판도 놓였다.

동영상 속 김 처장은 "출범한 지 3년 가까이 됩니다만 아직 잘 모르는 분도, 오해하시는 분도 많다"며 운을 뗐다. 재임 중 받아낸 유죄 판결문 하나없이 떠나는 김 처장은 3년째 자기소개중이었다.

●김진욱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하고 떠나"

김 처장은 16일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일할 수 있는 여건, 인적·물적·규범적·시스템적 기반을 마련하고 나간다"고 했다. 취임 한 달째던 2021년 2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본인의 과제로 비슷한 답변을 했다며 "지금 봐도 괜찮은 답변이었다"고도 자평했다. 적어도 취임 당시 했던 약속은 지켰다는 의미였다.

재임중 무실적 비판에 대해선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검찰과 비교해가며 남모를 '속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건 한 건, 한 건이 민감한 사건들이라, 정치적 함의가 있는 사건들이라, 검찰청과 바로 대비할 수 없어요. 검찰청은 3대 사건, 4대 사건해서 교통사고, 사기, 절도 이런 거. 우리는 직권남용, 고위공직자 그리고 뇌물사건 이런 심각한 사건이니까 중압감 있고."

●'내사 1호'된 TV조선 보도…국회서 '위증' 논란

김 처장은 2021년 4월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의혹' 당사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관용차로 에스코트하는 장면이 TV조선을 통해 보도되자 내사에 착수했다.

보도 출처에 '성명 불상의 검사와 수사관'이 존재할 것이란 의심에서였다. 공수처는 이 의심에 '내사 1호' 사건명까지 붙였고, 기자를 상대로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까지 발부받아 통화내역은 물론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기자가 속한 대화방내 말이 없었던 참여자까지 말 그대로 탈탈 털었다. 해당 사건은 내사 착수 1년 3개월 만에 무혐의 종결 처리됐다.

김 처장은 당시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기자를 수사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의 통화 상대로서 통신조회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당 고위공직자가 누군지는 수사사항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수처가 당시 발부받은 통신영장은 기자가 통화한 대상을 타고들어가 검찰관계자를 찾아내는 방식이었다. 의심 만으로 법원을 속여 통신영장을 받아냈고, 국회 증언대에 서서 "(CCTV를 유출한 검찰쪽) 고위공직자가 있다"고 위증을 한 셈이다.

김 처장은 사건 종결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관련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퇴임을 앞둔 김 처장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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