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총선전체

[취재후 Talk] 부산 역전에서 큰 절할 기회 놓친 이재명, 남은 카드는?

등록 2024.01.18 17:55

수정 2024.01.18 18:28

[취재후 Talk] 부산 역전에서 큰 절할 기회 놓친 이재명, 남은 카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부산에서 일정을 소화하다 갑작스런 공격을 받고 쓰러졌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당무에 복귀했습니다. 이른바 '피습'을 당한지 보름 만입니다.

이 대표가 많이 회복된 상태로 국회에서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며,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재론(再論)의 여지없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전 사회적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살리지 못 한 이재명 대표

과거의 결정을 후회하며 상상하는 '만약'이라는 말보다 더 쓸데없는 말이 있을까요? 그런데 정치 영역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기에,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영화 속 '월터의 상상'과 같은 상상을 해보게 됐습니다.

투표 당일 방송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선거기획단 입장에서 '선거 구도'와 '주요 고지'가 어디에 세워지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략적 전장(戰場)'이 어디 세워지냐에 따라 사전에 준비할 내용들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지난해 여름 이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엑스포 유치 실패' 등 부산 여론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들이 연이어졌는데요.

만약 이 대표가 테러를 당한 이후 부산 지역에서 치료받고, 어느 정도 회복된 뒤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을 향해 큰절 하면서 "부산이 죽어가던 나를 살려줬다, 내 남은 인생은 부산을 위해 바치겠다"고 했다면 정국 흐름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부산 민심이 크게 요통치지 않았을까요?

여권이 점수를 계속 잃어가던 흐름 속에서 '야당 대표 이회창'이 아닌, '야당 대표 이재명'이 부산을 기점으로 이른바 경부선 기차에 '우호 여론'을 승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만약 이 대표의 '부산역 큰절'이 현실화 됐다면 여권은 '수도권 지역 탈환'은 말할 것도 없고, 중앙당 차원에서도 이른바 '부산 지키기'에 상당한 노력을 쏟아야만 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최우선 고려한 결정이었다"며 전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한 데 대해 100% 공감합니다. 다만, 그 선택 이후 받아들 '정치적 손익계산서' 부분만 놓고 '정치적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던 겁니다.

 

[취재후 Talk] 부산 역전에서 큰 절할 기회 놓친 이재명, 남은 카드는?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4월 총선 여야의 '전장(戰場)'은 어디에?

역대 선거를 회고해 보면, 민주당은 주로 부산(PK)과 충청 지역에 '전장'을 세웠습니다. 부산 지역을 염두에 둔 동남권 신공항 공약, 충청 지역을 겨냥한 행정수도 이전 공약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전부 수도권 지역의 상대적 우세 속 PK와 충청을 묶고, 대구·경북(TK)지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이제껏 상당한 효과도 거뒀고요.

그런데 총선을 80여 일 앞둔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헬기 이송'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992 티셔츠'를 입고 1박2일 동안 유세를 벌인 덕분에 부산 지역 민심을 점차 회복해가는 모습입니다. '이상민 의원 영입'으로 충청 지역에서 가장 고전하던 '대전'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지역 열세 지역에 계속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면서, 전장 자체가 수도권에 형성될 수 있도록 '배수진'을 치고 있는 듯합니다.

반면에 민주당은 기존에 해오던 PK 및 충청 지역 개발 이슈 선점은 물론이고, 정치 개혁 이슈 발굴 작업도 늦어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예년 같으면 '개발 공약'을 홍보하던 시기인데 '헬기 이송' 해명에 시간을 더 보내고 있고, 국회의원 권한이나 정수 축소 문제도 주로 야당에서 언급하던 이슈인데 이마저도 여당에게 선점당한 상황이니 말이죠.

◇설 연휴 지나면 본격 공천 국면, '개혁 경쟁' 시한 3주 뿐

앞서 언급한 '야당 대표 이회창'은 세 아들이 모두 구속되는 등 인기가 한풀 꺾였던 현직 대통령을 겨냥, '3김 정치 청산' 내세웠는데요.

당시 여당의 미래 권력이었던 노무현 전 장관은 '구시대 정치 청산'을 내세우며, '야당 대표 이회창'까지 심판 대상에 올려놓는 '프레임 전환'에 성공해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습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역 이슈 선점도 실패한 만큼, 이런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개혁 이슈 개발 작업이라도 박차를 가해야만 합니다.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을 향하는 심판론을 피하려면 말이죠. 여의도에선 여당에 비해 손에 쥔 것이 많은 만큼, 과제 이행 과정에서 제 살을 깎는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아마도 그 시작점은 이제껏 내놓은 공약들과 당헌당규부터 지키는 것일 겁니다. 우선 예비후보들을 검증하는 당 검증위원회는 특별당규 375~376페이지에 나온 '예외 없는 부적격'과 '부적격' 기준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지 말아야겠지요.

당 대표의 측근이거나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묵인하는 모습들이 연이어지면, 그 어떤 개혁 공약을 개발한들 '진정성 시비'를 피할 길이 있겠습니까?

제22대 총선까지 세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요. 다음 달 9일 시작되는 설 연휴가 지나면 사실상 공천 대결 국면으로 들어가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여야가 개혁 이슈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시기가 3주도 채 남지 않은 셈입니다. 이 기간에 '야당 대표 이재명'은 훗날 '만약'을 떠올리지 않는 '후회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백대우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부단장

 

[취재후 Talk] 부산 역전에서 큰 절할 기회 놓친 이재명, 남은 카드는?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