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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연봉은 세계 최고인데…'무노동 무임금' 안되나요

등록 2024.01.22 15:05

수정 2024.01.22 17:28

"형사 재판을 받는 의원에게 금고 이상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경우 재판 기간 받은 세비를 전액 반납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겠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임기 중 금고형 이상 받은 의원은 세비를 전액 반납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이 가져가는 세비, '연봉'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는데요.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이 유독 높은 편인지 따져봤습니다.

◇ 입법이 본업인데…따로 받는 '입법활동비' 정당한가요?

 

[취재후 Talk] 연봉은 세계 최고인데…'무노동 무임금' 안되나요
 


▲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 (2023년). 열린국회정보.

지난해 국회의원 수당을 보면 우선 다달이 766만 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정근수당과 명절휴가비로 연간 1520만 원 정도를 추가로 수령합니다.

눈여겨 볼 점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의 명목으로 달마다 392만 원 가량을 더 받는다는 겁니다. 특별활동비는 상임위와 본회의에 참석하면 지급하는 수당입니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고 회의에 참석하는 건 당연한 업무인데 본 수당 외에 추가 활동비까지 준다니 갸우뚱 해집니다. 더군다나 이 활동비는 비과세 항목이라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국회의원 1인당 받는 돈은 월평균 1285만 원, 연간 1억 5500만 원에 이릅니다.

◇ 각종 지원 혜택 연간 1억1000만 원…보좌진 급여도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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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2023 의정 활동지원 안내서. 국회사무처.

이런 보수 뿐 아니라 각 의원실에는 매달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로 150만 원 정도가 지급됩니다. KTX와 항공료, 선박 이용료도 전액 지원 받습니다. 물론 공항 귀빈실과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의원의 정책 자료를 발간하는 데 연 1200만 원, 의정활동 홍보 문자를 보내는 활동에 700만 원까지 지원됩니다. 의원 개인 홍보 비용도 세금으로 충당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의원실마다 1년에 1억1200만 원 정도를 받는데요. 연간 5억 원이 넘는 9명의 보좌진 인건비는 또 별개로 받습니다.

◇ 국내외 Top 수준인 국회의원 연봉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도 국회의원은 고액연봉직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8 한국 직업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 평균소득은 기업 고위 임원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취재후 Talk] 연봉은 세계 최고인데…'무노동 무임금' 안되나요
 

▲ 1인당 GDP 대비 국회의원 연봉(뉴스9 <따져보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회의원 연봉은 △ 한국이 3.57배였고 △ 일본(3.18배) △ 독일(2.39배) △ 미국(2.16배) △ 영국(2.03배) 순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급여 수준은 세계 주요 선진국보다도 높은 최상위권인 겁니다.

◇ '셀프 인상'에 '옥중 월급'

무엇보다 연봉 인상률을 국회의원 스스로 결정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비는 별도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자지만 국회의원은 외부 심의기구가 없는데요. 서휘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 팀장은 "국회사무처가 제안해서 국회의원들이 그걸 받아들이면 저절로 인상이 되는 구조"라며 "1984년 법이 개정되면서 사회적인 감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09년 외부 독립기구(IPSA)를 창설해 의원과 보좌진의 급여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홈페이지에 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구체적인 지원금 사용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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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국회에서 구속되거나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들 (뉴스9 <따져보니>)

또 국회의원은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국회의원수당법에 따라 직무상 상해나 사망이 아닌 이상 무조건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즉 국회의원이 구속 등으로 직무 수행을 못 하더라도 특별활동비를 제외하고는 전부 수령할 수 있는 겁니다.

'코인 투자' 논란 당시 17일 간 잠적했던 김남국 의원도, 매주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한 푼도 깎이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이 나옵니다. 지난 8월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된 윤관석 의원은 지금도 옥중에서 세비를 받고 있습니다.

정찬민 전 의원(국민의힘), 이상직 전 의원(무소속), 정정순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모두 의원직을 상실할 때까지 구속 상태에서 급여를 챙겼습니다.

국회의원과 달리 지자체장이나 공무원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 봉급이 삭감됩니다.

◇ 10%도 안 되는 법안 가결률

우리나라 국회의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면 합당한 수준의 급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발의된 법안의 가결률은 16대 국회 당시 37.7%에서 20대 국회 때는 13.2%, 21대 국회에서는 9.4%까지 떨어졌습니다.

독일(67%), 일본(43.8%), 영국(16.5%) 등 주요국의 법안 가결률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2015년 정부경쟁력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 '보수 대비 의회의 효과성'은 27개국 가운데 26위였습니다.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국회의원한테는 예외인가봅니다. 22대 국회는 좀 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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