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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尹 대통령, '文 2019 신년 기자회견' 전철 안 밟으려면?

등록 2024.01.29 17:43

수정 2024.01.29 20:36

[취재후 Talk] 尹 대통령, '文 2019 신년 기자회견' 전철 안 밟으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 뒤 어떤 형태로든 '신년 기자회견'을 할 것이란 전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취임 2년이 안 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에 마이크를 잡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9년 신년 기자회견' 상황이 떠올려집니다.

제가 청와대를 출입했을 당시였는데요. 그 때 문 전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민심과 다소 괴리된 듯한 모습을 보였기에, 당시 발언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단골 소재'로 지금껏 활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회견에서 문 전 대통령이 곳곳의 내부고발자(內部告發者)가 울린 '경고음(whistle)'을 묵살하고 도리어 면박을 줬던 결과가 지금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윤 대통령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겠지요.

◇비판 단골 소재된 文 2019년 신년 기자회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월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청와대의 직권남용' 의혹을 내부 고발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하 김 씨)을 평가해달라는 취지의 질문에, "일단 그 특감반은 민간인을 사찰하는 것이 임무가 아니다. 출발은 대통령 주변 특수 관계자,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리곤 "지금까지 역대 정부 전부, 대통령과 주변 특수 관계자 또는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 때문에 국민에게 준 상처가 얼마나 큰가? 앞의 두 정부 대통령과 그 주변이 지금 그런 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다행스럽게도 우리 정부는 과거처럼 국민들에게 실망줄 만한 그런 권력형 비리라든지 이런 것들이 크게 발생하지 않았기에 특감반은 소기의 목적(대로) 잘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태우 행정관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이 한 행위를 놓고 시비가 불거진 거예요. 모든 공직자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부단히 단속해야 하는데, '김 행정관이 한 감찰 행위 그것이 직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냐'는 것이 지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당시 청와대 고위직들의 '직무 유기'와 '직권 남용'을 고발했던 건데, 이 상황에 대해 '역대 정부와 달리 권력형 비리 크게 발생 안 해 소기 목적 달성', '김태우 개인의 직권 남용'으로 되받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아, 김 씨가 속해 있던 청와대 1기 특감반 전원을 물갈이 하면서 '공중분해' 시키기도 했죠.

그런데 해당 발언 이후 전개된 상황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모습이 잇따라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신 고위 권력자들 역시 권력형 비리 의혹과 관련한 재판을 줄줄이 받고 있고요.

또 당시 김 씨가 조 전 장관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유재수 사건'은 '검찰총장 윤석열'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35일 만에 사임하도록 만든 '핵심 소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씨의 폭로가 일종의 '예방주사'가 될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오판'이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킨 꼴이 된 셈이죠.

 

[취재후 Talk] 尹 대통령, '文 2019 신년 기자회견' 전철 안 밟으려면?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어린애 취급 받은 '공익신고자 신재민'

이와 함께 문 전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측의 '압력 전화'를 받고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향후 문제될 것을 알았지만 태도를 바꿨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소신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이라면서도 "신 전 사무관은 자기가 보는 좁은 세계 속의 일을 갖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이어 "정책 결정은 좀 더 복잡한, 신 전 사무관이 알 수 없는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신 전 사무관이 이런 과정에 대한 구분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신 전 사무관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문제를 너무 비장하게, 너무 무거운 일로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 전 사무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38.3%) 보다 국가채무비율을 1.1%p 올리기 위해 나랏빚을 20조 원 이상 늘리려는 취지에서 청와대가 무리한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로지 박근혜 정권을 망신주기 위한 차원에서 무책임하게 국정을 운영한다는 비판이었죠.

신 전 사무관은 시스템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아닌 '비이성적 불합리한 상황'이 전개된 데 대해, 직접 듣고 겪은 상황을 토대로 정부 권력의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 의심 정황을 지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그를 소위 어린애 취급을 하며 도리어 면박을 줬던 셈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바이백(국채 조기상환) 취소는 별 게 아니다'라고 말씀하신다. 한 달 전에 1조 원 규모를 한다고 해놓고 하루 전에 취소해버리면, 어떤 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생활인 누구 한 명은 그것 때문에 고생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조금 더 나은 공무원 구조가 되면 좋겠다"라고 했던 신 전 사무관이 오히려 더 책임감 있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것은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尹 대통령, '두고두고 안 좋게 회자되는' 기자회견 피하려면?

만약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면, 두고두고 안 좋게 회자될 것이 분명한 발언은 피하는 것이 상책일 텐데요. 아마도 회견에 앞서 예상 질문을 뽑고, '모범 답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지혜로운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의지의 문제겠지요.

'군주론'의 저자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국민들의 마음에 미움과 경멸이 싹트는 순간,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움과 경멸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선 더 이상 음모론자들이 자리할 틈이 없도록, '2024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는 민심을 더 경청하고 더더욱 겸허히 받들겠다는 메시지를 여과없이 전달해야 '성공적인 기자회견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 보다,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그래야만 여당의 총선 승리 전제 조건인 '국정 운영 지지율 40%대 회복'도 가능할 것이고요.

그런데 제가 이제껏 봐왔던 역대 대통령들의 '신년 기자회견'은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기대감 보다 실망감을 더 많이 줘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과연 윤 대통령은 그와 같은 전례를 깨고, 국민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백대우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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