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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일기] 리디아 데이비스 '형식과 영향력'

등록 2024.02.02 21:14

수정 2024.02.02 21:25

[한 문장 일기] 리디아 데이비스 '형식과 영향력'

/에트르 제공

"아주 짧은 글이라도 상관없으니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한 편의 글은 번역해보라. 그렇게 하는 것이 당신의 동료이자 단일 언어 사용자일 수도 있는 독자들에 대한 의무이고, 또한 다른 문화권의 문학들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 '좋은 글쓰기 습관을 위한 30가지 조언'

모어로 쓰인 것이 아니면 좀처럼 읽지 않는 내가 조앤 디디온의 '상실'을 원서로 주문하는 데는 약간의 결심이 필요했다. 더 읽지 못해 매일 조바심을 내는 처지에 원서라니.

나는 자꾸만 직진하려는 내 글쓰기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주변 지형을 탐색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나아가는 쓰기를 원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손수 번역하며 읽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것이 드나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리디아 데이비스가 정확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가는 동안 적어도 한 가지 외국어는 배워두라"고. 그리고 "그 외국어로 쓰인 책을 정기적으로" 읽으라고. 번역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낯선 언어에 나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행위는 "모국어에 대해 균형감"을 가지도록 할 것이다.

이 책 '형식과 영향력'에는 하나 마나 한 글쓰기 조언은 들어 있지 않다. 리디아 데이비스라는 걸출한 작가를 통해 이미 검증된, 현실성 있는 비책만이 가득하다. 이대로 실천한다면 누구나 "자기만의 범주를 만드는 글쓰기"에 다가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내게 착 달라붙은 조언은 메모조차 지속적으로 고쳐 쓰라는 것. (과거의 내가 생산한 것을 새롭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육체적인 활동을 하라는 것. ("무작위로 떠오르는 생각들에 계속 열려 있을 수 있도록")

나머지 조언들은 당신이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데이비스는 자신을 알고, 독자를 알고, 이 책을 읽는 당신을 알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손 닿는 곳에 두고, 그의 다정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내 안에서 희미해지려 할 때마다 펼쳐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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