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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의대 증원 '후폭풍'…해결 과제는?

등록 2024.02.07 21:22

수정 2024.02.08 11:18

[앵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는데 교육 현장과 입시 현장은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문제점들이 해결돼야 하는지, 따져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의대 입학 정원이 지금보다 60% 넘게 늘어나는 거잖아요. 교육의 질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정부는 "수요 조사 때 각 대학들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했고 실사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했는데요.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먼저 의대에서 8개 기본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는 2022년 1277명으로, 4년 사이 150명 가까이 감소했는데요. 대학마다 교수 4명 정도가 줄어든 겁니다. 수술, 진료 업무까지 병행하는 임상의학 교수는 인력 부족이 더 심각합니다.

[앵커]
인력 문제 말고도 시설이 확충돼야 하잖아요?

[기자]
네, 사실 그게 더 문제입니다. 단적인 예로, 해부 실습에 필요한 시신 기증 건수는 지금도 부족합니다. 전국 34곳 의대의 연평균 건수를 봤더니 가톨릭대만 압도적으로 많을 뿐 50건이 넘는 대학은 단 3곳 뿐이었습니다. 대다수는 20건 미만인데요. 기증하는 시신 수나 해부할 공간은 당장 늘리기가 어렵다는 게 교육 현장의 설명입니다.

강재승 / 서울대의대 해부학 주임교수
"어떤 학생들은 실습에 참여를 못하고 그냥 관찰만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게 2배 수가 늘어나버리게 되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시신의 수급 문제, 공간의 문제 이런 것들이 교육의 질하고 바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

[앵커]
의대 뿐 아니라 이과대학, 공과대학도 반발이 크다고요?

[기자]
네,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에서 자퇴한 이공계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2000명을 의대 평균 정원으로 나누면 쉽게 말해 내년에 의대 26개가 새로 생기는 셈이니까, 이공계 자퇴생이 더 많아질 거라는 게 입시학원의 분석입니다. 대학에선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기술 같은 분야에 우수한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는 말이 나옵니다.

김영재 /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과장
"지금 공과 대학 같은 경우에도 반수생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 추세고요. 반수를 하기 위해서 이미 준비된 학생들이라고 하면 결국에 대학 교육 입장에서 보면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게 되는 문제들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앵커]
늘어난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치한다는데, 이건 가능한 겁니까?

[기자]
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13곳이 서울 인천 경기에 있고 현재 의대 정원의 3분의 1이 여기에 몰려 있는데요. 늘어나는 의대 정원을 비수도권에 배치하기에 앞서서, 지역 의대에 교수진과 시설이 충분히 확충돼야 합니다. 또 이렇게 길러낸 졸업생들을 의료 취약지나 필수의료 분야로 유인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단순히 의대생 수만 늘린다고 필수 의료나 지역 의료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요. 제도적인 장치가 보완돼야 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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