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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칩워'부터 이승만에 양향자까지…'尹의 책장' 속 책들

등록 2024.02.08 18:00

수정 2024.02.08 18:36

[취재후 Talk] '칩워'부터 이승만에 양향자까지…'尹의 책장' 속 책들

윤석열 대통령이 빙송대담에 앞서 진행자에게 선친 고(故) 윤기중 교수의 유품인 책장과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뒤로 '칩워' 등 서적들이 함께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방송된 대담에서 집무실 곳곳을 직접 소개했다. 지난해 별세한 아버지 고(故) 윤기중 교수의 유품인 책장을 집무실에 들여다놓은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책장엔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 '페티의 경제학' 등 선친이 저술하거나 번역한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 그 외 다른 서적들도 영상과 사진으로 포착됐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명절이나 휴가철을 맞아 보는 책을 홍보하는 경우는 꽤 많았지만, 집무실 책장에 놓인 대통령의 책들이 자연스럽게 노출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선친의 유품은 책장과 직접 저술·번역한 책들이고, 다른 책들은 대통령이 평소 가까이 두고 읽거나 선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책은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가 반도체 패권 경쟁을 다룬 '칩워'(Chip War)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와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한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2015년 펴낸 '외교의 시대'도 잘 보이는 곳에 꽂혔다.

반도체 산업과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 기조와 무관치 않은 제목들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반도체 경쟁을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Promises to Keep)과 존 미첨 작가가 쓴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전기 '운명과 권력'(Destiny and Power)도 있었다.


 

[취재후 Talk] '칩워'부터 이승만에 양향자까지…'尹의 책장' 속 책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책장 속 책들. /KBS 특별대담 화면 캡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구술하고 며느리 조혜자 여사가 번역한 '이승만 대통령의 건강'도 눈에 띈다. 해외 순방 중 '선각자 이승만'을 자주 언급해온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위한 국민성금 운동에도 동참한 바 있다.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懲毖錄)과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의 '초격차',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0년 전에 쓴 '덫에 걸린 한국 경제'가 놓였고, 국내 정치인의 책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향자 개혁신당 의원의 '과학기술 패권국가'는 한켠에 자리잡았다.

'징비록'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해 10월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차 도청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선물로 준 책이고, 권오현 전 회장은 2022년 7월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 민간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한 바 있다.

단순 선물이든, 애독하는 책이든 대통령이 집무실 책장에 두고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서적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 때 읽었다고 소개한 책들이 곧장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것도 '국가리더십의 생각'을 책을 통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일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휴가 도서 목록'을 따로 소개한 적이 없다. "학창시절부터 독서량이 많아 평소에도 다양한 책을 읽는데, 굳이 '보여주기식 목록'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였다. 사실상 처음으로 그의 '도서 목록'이 책장을 통해 우연히 공개된 셈이다.

책장 속 '징비록'을 쓴 류성룡은 저작의 까닭을 "지난 일을 징계해 뒷날의 근심거리를 삼가게 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시경'(詩經) 구절을 인용해 설명했다. 요즘 생각 복잡할 윤 대통령이 한 번 펼쳐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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