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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재판 지연 노린 '기피 신청'…막을 방법은?

등록 2024.02.09 21:41

수정 2024.02.09 21:44

[앵커]
청주간첩단 사건으로 불리는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이 1심 판결을 앞두고 법관 기피 신청을 해 논란입니다. 이 제도가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꼼수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요, 어떻게 해야할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청주간첩단 사건은 지난 정부 때 드러난 사건이죠?

[기자]
네, 지난 2021년 적발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인데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활동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피고인들이 지난달 24일 법관 기피 신청을 냈는데요. 담당 재판부는 소송을 지연시킬 목적이 명백하다며 이례적으로 곧바로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 피고인 4명은 지금까지 모두 5차례 기피 신청을 했다가 모두 기각 당했습니다. 이렇게 기각되더라도 일단 기피 신청이 접수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은 멈추는데요. 그러는 바람에 기소된 지 거의 2년 반 만인 오는 16일에야 1심 판결이 나오게 됐습니다.

[앵커]
이렇게 법관 기피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까?

[기자]
계속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전국지방법원 형사사건에서 재판부 기피나 회피 신청 건수는 10년 전보다 2배로 늘었습니다. 10년 동안 모두 2000건 넘게 신청됐지만 인용된 건 단 10건 뿐입니다. 인용률이 0.5%에 불과한데요. 법원이 법관 교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도 기피 신청은 계속 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기피 신청을 한다는 건가요?

[기자]
그런 분석이 나옵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면 방어권 차원에서 법관 기피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번처럼 재판 지연 목적이 뚜렷할 경우 해당 재판부가 바로 기각할 수 있는데요. 정치적인 사건일수록 재판부가 부담을 느끼게 돼 다른 재판부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그럴 경우 재판이 길어지고 또 그 재판만 2심 3심까지 가게 돼 결국 본 재판은 심각하게 지연되는 겁니다.

이창현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 번 재판부 기피신청해서 불복하면 한 3~4개월이 가버리죠. 결과적으로 법원에서 신중하게 혹은 소극적으로 하다 보니까 피고인들의 의도에 휘말리는 결과가 되는 거죠. 빨리빨리 결정해 준다면은 재판 지연 전략으로 효용 가치가 떨어지겠죠."

[앵커]
그래서 실제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죠?

[기자]
네, 대표적으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와, 사법 농단 의혹의 핵심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법관 기피 신청을 냈었고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는 법관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앵커]
그럼 우리도 개선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네,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법원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대법원도 남용을 규제할 합리적인 방법을 검토겠다고 했습니다.

김대근 /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기각 결정으로 일관한다거나 하는 방식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사법 농단이라든지 형사사법 제도에 대한 불만들이 쌓여 있는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앵커]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런 오남용은 꼭 막아야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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