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따져보니] 장애인석 없는 영화관, 이유는?

등록 2024.02.14 21:42

수정 2024.02.14 21:45

[앵커]
강원래 씨처럼 휠체어를 타고 영화관에서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왜 벌어지는지, 뭐가 문제인지 따져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이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좌석을 설치하는 규정이 따로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장애인석 의무 설치 비율을 법령으로 정해두고 있는데요. 문제는 법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전체 관람석 수의 1% 이상을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와 위치에 둬야 하는데, 전체 관람석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아예 장애인석이 없는 상영관이 생기는 겁니다. 대형 영화관 3사의 장애인 관람석 비율을 보면 모두 기준은 넘고 있는데요, 몇몇 상영관에만 설치해 전체 1% 이상이라는 비율을 맞춘 겁니다.

[앵커]
그동안 문제가 된 적이 없었습니까?

[기자]
지난 2019년 한 장애인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습니다. 당시 인권위는 전체 좌석 수가 아닌 개별 상영관 별로 1% 이상을 설치하는 게 입법 취지에 맞다며 시정 권고를 내렸는데요. CGV 측에 물어보니, "인권위 권고에 따라 장애인 석을 설치해왔지만 구조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상영관도 있었다"면서 바꿔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꼭 장애인석이 아니어도 애초에 자리까지 이동할 수만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요?

[기자]
맞습니다. 강원래 씨가 찾은 상영관은 이렇게 좌석까지 계단으로 이동해야 하는데요. 출입구에도 계단 뿐이어서 휠체어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 법에는 경사로를 둬야 한다든가 턱을 낮춰야 한다든가 하는 이동과 관련한 규정은 아예 없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프랑스는 모든 상영관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하고, 영국은 상영관 별로 최소 4% 이상은 돼야 합니다. 일본은 관람석 비율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경사로나 승강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프랑스에서는 장애인석이 맨앞줄인 경우에는 스크린 각도까지 조정해야 합니다.

홍윤희 / 장애인이동권증진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미국의 경우에도 그 법을 지키지 않으면 굉장히 큰 소송 비용을 물어줘야 된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 기업들이 나서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그렇게 해야 되고. 기본적인 접근이 안 되면은 아예 누릴 수가 없는 것들이니까…."

[앵커]
우리도 법을 좀 강화할 필요가 있겠군요.

[기자]
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법 해석상의 맹점이 있었다"면서 강원래 씨 사례를 계기로 "시행령 개정을 포함해 이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했는데요.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걷기가 힘들다든지 몸이 불편한 이동 약자들이 많은데, 이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선진국이 왜 선진국이겠습니까. 이참에 세심하게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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