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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65년 만의 국교 정상화…'속전속결' 배경은?

등록 2024.02.15 21:11

수정 2024.02.15 21:14

[앵커]
북한과는 형제의 나라인 쿠바와 우리가 어떻게 공식 외교관계를 맺게 된 건지, 그 배경을 짚어 보겠습니다. 홍혜영 기자,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 같아요?

[기자]
네, 재작년 유엔총회 때만 해도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요청한 면담을 쿠바가 거부했습니다. 그 뒤 쿠바 측에서 비공개 만남을 제안해왔는데요.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북한을 의식해왔던 "쿠바 스스로 최근 인식이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협상은 외교부 내부에서도 소수 관계자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습니다.

[앵커]
물밑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된 거군요?

[기자]
네, 특히 쿠바 측이 보안에 민감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에도 서명 12시간 전에야 알렸다고 하죠. 통상 이런 발표 때 쓰는 엠바고, 보도유예도 없었고 수교가 확정된 뒤에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어젯밤 10시반쯤 갑자기 뉴스가 나온 이윱니다.

[앵커]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계속 하자, 하자 했었잖아요. 전격적으로 수용한 이유가 뭡니까? 왜 지금인 거죠?

[기자]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는 지난 2021년 물가상승률이 150%를 넘는 등 최근까지도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0% 대로 고꾸라졌는데요. 코로나19로 주된 외화 수입원인 관광 산업마저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기후변화 위기까지 겹치면서 외교를 통한 국제 협력이 아니고선 출구를 찾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켰던 걸로 보입니다.

[앵커]
여기에 한류도 한 몫을 한 거고요?

[기자]
네, 쿠바에서 한국 드라마를 처음 방영한 게 2013년인데요. 그 뒤로 한국 음식,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현지 한류 팬클럽만 만 명이 넘고 코로나 이전까진 한국에서도 해마다 1만4000명 정도가 쿠바 관광을 가는 등 양국의 문화 교류는 활발했습니다.

하상섭 /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
"쿠바식 사회주의는 달라요, 북한식 사회주의하고는. 일반 대중들의 문화적인 행태를 규제하고 검열하고 이런 국가가 아니라 그런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는 낭만적인 요소가 있다니까요. 그래서 한류의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빠른…."

[앵커]
그럼 이제 궁금한 게 형제의 나라라고 했던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쿠바와 북한은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냉전시대 '반미 노선'으로 뭉쳤을 때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김일성 주석과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 같은 혁명 1세대 때의 동지의식은 이미 많이 옅어졌다는 겁니다. 결국 쿠바가 북한과의 의리보다는 한국과의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정부 관계자는 "일단 외교 관계는 수립했지만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방해가 들어오면 실무협의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면서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앵커]
우리로서는 외교 성과를 얻은 것이고 새로운 카드를 얻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홍혜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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