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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탈북민도 어이없다는 통합위의 '北배경주민' 新용어

등록 2024.02.21 19:27

수정 2024.02.21 21:36

[취재후 Talk] 탈북민도 어이없다는 통합위의 '北배경주민' 新용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21일 '북배경주민과의 동행특별위원회(특위)'를 출범시켰다.

통합위는 탈북민들을 위해 여러차례 회의를 통해 ▲사회적 인식 제고 ▲살기좋은 정주환경 조성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의 3대 중점 과제를 도출했다.

통합위는 "북한 이탈후 국내입국자가 3만4000명에 이르렀다"며 "일반국민으로 살 수 있도록 포용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출범 배경에 대해 밝혔다.

기자가 처음 보도자료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북배경주민은 대체 무슨 뜻일까'였다.

북한이탈주민, 귀순용사, 탈북민, 새터민은 들어봤어도 '북배경주민'은 난생 처음 듣는 용어였다.

북배경주민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통합위 측은 "이주민도 '이주배경주민'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이탈'이라는 용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배경'으로 순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위 관계자는 "특위를 준비하다 보니 실제 '탈북민'이라는 단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북한주민들이 국내에 정착한지 30년이나 됐는데 새로운 용어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국내 입국 탈북민의 거주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고려해 시대상을 담아 '북배경주민'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용어의 주체인 탈북민들은 '북배경주민'이라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장세율 탈북민연합회 상임대표는 "우리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그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다"며 상기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순화하는 차원이 아닌 '모욕적인 용어'라며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에 왔는데 북한 배경주민이라하면 '북한 주민'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KBS 기자 시절 '탈북자'란 용어를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도 "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민들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것에 대해선 감사와 박수를 보내지만, 북배경주민이라는 용어는 너무 조심스러운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것이든 걸맞는 이름이 가장 중요한데, 북한을 굳이 자극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의도가 들어간 것 같다"며 "이제는 탈북자라는 용어를 자신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덧불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주민을 부르는 용어는 헌법정신, 남북관계 특수성과 탈북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북배경주민'이라는 용어는 너무 중립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이 있는데 탈북민들의 동의와 공감대를 얼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소장은 "앞서 탈북민 대신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도입했을 당시에도 탈북민 사이에서 '우리가 '새터민'이면 당신들은 '헌터민'이냐는 공분이 있었다"며 "탈북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법률용어는 여전히 북한이탈주민이 맞다"며 "편의상 탈북민, 탈북자라고 쓰고 있지만 통합위에서 '북배경주민'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했던 것으로 알고있다"라고 말했다.

탈북민은 냉전 시기에 '귀순 용사'로 불리다가, 1997년 '북한이탈주민 보호법' 제정 이후 탈북자라는 표현이 일반화됐다.

이후 참여정부 시기에 '새터민'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법제화됐지만, '북한의 실상을 지적하는 뜻이 배제됐다'는 등 반발로 인해 현재는 '북한이탈주민' 혹은 '탈북민 '이라는 표현이 가장 많이 쓰인다.

실제 3만4000여명의 탈북민들도 본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탈북민'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어는 단순히 사물에 라벨을 붙이는 행위와는 다르다.

사물이나 개념을 지칭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은 정서적 연결과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통합위 측은 "'북배경주민'은 아직 가칭"이라며 "탈북민들의 다양한 의견 청취와 설문조사 등 정확한 용어 선정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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