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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일기] 이명희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등록 2024.03.31 19:58

수정 2024.03.31 20:12

[한 문장 일기] 이명희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낮은산 제공(예스24 캡처)

"테라스의 또 다른 테이블에는 아버지와 딸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있는 딸과, 아내를 병원에 두고 온 남편. (…) 나는 그들의 처지에 마음이 가는 것과 별개로 그들의 사연이 너무 자세히는 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느라 괜스레 부산을 떤다. 노트북 타이핑 소리를 더 요란스레 만들고 가방을 뒤적거린다.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만 같다. 그럴 수는 없는 거다. 여기 와서까지 아픈 사람을 떠올리긴 싫다. 나는 지금 아픈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게 지긋지긋해 여기 달려온 거였다."

동물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잘 보지 않는다. 사람들이 힐링 콘텐츠라며 즐겨 검색하는 동물 영상을 우연히라도 보게 될까 봐 종종 휴대폰을 향해 실눈을 뜬다. 동물권에 관한 책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주문하긴 하지만 펼치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습게 들릴 것을 각오하고 말해 보자면, 그래야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가 곧 숨'이라고 말하는 저자에게 단 1그람의 과장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삶을 무언가에 바치려면, 그 무언가의 시간표에 포함되지 않는 어떤 것을 필사적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도. 그리고 그 어떤 것이야말로 분열된 우리 삶을 가까스로 통합해 내는 단 하나의 조각이라는 것도. 저자의 말처럼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조리 써서 겨우 살아 있다." 삶과 발 맞춰 걷기 위해, 부단히 자기를 일으켜 세우며.

 

[한 문장 일기] 이명희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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